[北, 연평도 포격 도발/기자의 눈]지금, 한국은 누가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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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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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는 (북한에) 목구멍의 비수, 백령도는 옆구리의 비수다.”

2007년 송영무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해 5도의 군사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국방개혁 2020’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한 해병대 병력 4000명을 2020년까지 8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방개혁 2020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시아 등 세계적 차원에서 국익을 지킬 군사력을 키우자는 구상이다. 전력을 첨단화함으로써 병력을 감축하는 내용으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해군은 ‘대양해군’ 슬로건을 내세우고 이지스함 등 첨단 함정 도입을 추진했다. 공군은 ‘우주공군’을 기치로 공중급유기 등의 도입을 추진했다. 육군의 슬로건은 ‘미래육군’이다. 그러나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원대한 비전’을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군이 눈을 세계로 돌리는 사이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을 소홀히 여기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5월 대통령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출범시켜 국가안보태세를 전면 재점검하고 국방개혁 2020의 현실성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해군이 대양해군이라는 말을 당분간 쓰지 않기로 하는 등 군의 전력증강 방향은 통일 이후의 ‘잠재적 위협’에서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을 보면 “기초부터 챙기겠다”던 군의 다짐은 임시변통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해군은 천안함을 공격한 무기로 지목된 잠수함 대비 작전과 훈련만 강화했나?’라고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이번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애초 천안함 사건 직후 서해 5도의 전력 증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발상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교전규칙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도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이 대통령은 5월 ‘적극적 억제원칙(proactive deterrence)’을 천명했다. 같은 달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교전규칙 문제는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청와대가 국방개혁 2020의 해병대 병력 감축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 또한 당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이 아니길 바란다.

윤완준 정치부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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