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텅 빈 연평도… 불타고 무너지고… 처참하게 찢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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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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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에 폐허된 현장

쾅 날아가고… 군 관계자들과 연평도 주민이 북한의 포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인천 옹진군 연평면 중부리 민가를 둘러보고 있다. 건물 지붕과 벽면이 모두 파괴되고 주변 건물들도 유리창과 지붕 등이 모두 부서졌다. 사진 제공 옹진군
쾅 날아가고… 군 관계자들과 연평도 주민이 북한의 포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인천 옹진군 연평면 중부리 민가를 둘러보고 있다. 건물 지붕과 벽면이 모두 파괴되고 주변 건물들도 유리창과 지붕 등이 모두 부서졌다. 사진 제공 옹진군
북한의 포격 도발로 군인과 민간인 등 4명이 숨지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된 연평도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처참한 모습 그 자체였다. 군 당국이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던 연평도는 사건 하루 뒤인 24일 여야 정치인과 송영길 인천시장, 인천소방서 대원, 한전 복구요원 등의 현장 방문과 동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습이 드러났다.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증언 등을 통해 포격으로 파괴된 연평도의 모습을 정리한다.

북한군의 기습 포격을 받은 연평도는 섬 전체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이날 피격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낸 연평도 마을 거리에는 옷가지와 신발, 고무장화,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아름다운 연평도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도로 옆 안전시설(담벽)은 포탄에 맞아 철근을 드러낸 채 구멍이 뚫려 있었고 면사무소 지붕은 포탄이 떨어져 구멍이 났으며, 보건지소의 담벼락은 직격탄을 맞아 널브러져 있었다. 삽을 들고 복구 작업에 나선 한 노인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룻밤 사이에 섬 전체가 폐허로 변해버린 참혹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 전쟁의 상흔으로 처참한 마을

이날 낮까지도 연평산 등에서는 곳곳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섬 북쪽으로 난 아스팔트 외곽도로에는 길이 1m의 불발탄이 반쯤 박혀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또 마을 도로 한가운데에는 어른 발이 푹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파였고, 주변 민가 담벼락 10여 곳에는 포탄 파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을은 참혹한 모습 그 자체였다. 군 보안대 건물로 쓰였던 슈퍼마켓 건물은 직격탄을 맞은 듯 완전히 파괴됐다. 남은 잔해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붕이 완전히 내려앉거나 벽만 간신히 서 있는 민가도 적지 않았다. 음식점 앞에는 주인이 김장을 하다 급히 피신한 듯 절이다 만 배추가 고무통 안에 놓여 있어 급박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포격을 맞은 해병대 유류창고도 모두 검게 탔다. 그 여파로 유류창고 주변 야산에 불이 나 큰 나무들을 빼고는 온통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인근의 한 전신주가 허리춤에서 꺾여 부러진 가운데 전신주에 연결된 고압 케이블의 끊어진 단면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군부대도 쑥대밭이 됐다. 포격으로 헌병대, 의무소대 등 부대시설이 처참히 파괴됐고 부대 곳곳에선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대 식당 입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막사는 불에 타 뼈대만 남은 가운데 ‘주인 잃은’ 군화 한 짝이 재에 파묻혀 있었다.

연평면 연평리 연평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이성욱 씨(25)는 “1차 포격 당시 지소 건물에서 1m 떨어진 도로에 포탄이 떨어졌다”며 “건물 1층의 진료실 유리창과 약병 등이 모두 깨졌다”고 포격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빈집만 남아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로 변해버렸다”고 했다.

○ 화약 냄새 진동, 아직도 연기

구멍 뚫리고… 북한이 연평도에 대한 포격 도발을 감행한 지 하루가 지난 24일 섬 곳곳에는 포탄을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평도를 가로지르는 도로 외벽 일부가 포탄에 파괴돼 철근이 드러나 있다. 연평면사무소 등 관공서와 민가의 피해도 극심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진 제공 옹진군
구멍 뚫리고… 북한이 연평도에 대한 포격 도발을 감행한 지 하루가 지난 24일 섬 곳곳에는 포탄을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평도를 가로지르는 도로 외벽 일부가 포탄에 파괴돼 철근이 드러나 있다. 연평면사무소 등 관공서와 민가의 피해도 극심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진 제공 옹진군
소방관 86명과 소방차 21대를 태운 ‘미래7호’가 이날 새벽 연평도 당선나루터에 접안했을 때 소방관들은 화약 냄새에 코를 움켜쥐어야 했다. 타다 남은 건물 냄새가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박태선 소방경(47)은 “깜깜한 새벽에 타는 화약 냄새와 불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며 “구호품을 내리자마자 바로 진화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날 4개 조로 진화 작업에 나서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불을 모두 끌 수 있었다. 소방관들이 본 대피소는 ‘전쟁 피란처’ 같은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겁에 질려 대피소 밖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다. 서양석 소방장(42)은 “충격을 받은 주민들이 하나같이 ‘연평도를 떠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옹진군 병원선(행정선)을 타고 연평도 피격 현장을 둘러본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간지역에서 북한 포탄이 떨어진 곳은 해경 초소, 탄약고, 유류저장고 등 군 시설과 관련이 있는 곳이었고, 유일한 가옥인 연평슈퍼 역시 옛 보안대 건물이었다”며 “북한의 포격이 주로 군부대를 조준사격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다년간 치밀하게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정밀 타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송 시장은 “지상에 노출된 덮개식 대피소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면 대피소가 무덤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 연평도 엑소더스 이틀째 이어져

전력 공급이 끊긴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한 연평도 주민들의 탈도(脫島)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옹진군청에 따르면 930여 가구 1780여 명의 주민 중 이날 오후 7시 현재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은 20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잔류한 주민들도 조만간 인천 등으로 피신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연평도에는 군부대원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경 경비함을 타고 연평도를 탈출한 주민 김지권 씨(53)는 “북한이 연평도 주민들에게 포탄을 쏜 것은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주민들 사이에 전쟁 위기감이 팽배해 섬을 떠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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