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연평도 포격, 교착국면 흔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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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영토에 포탄을 퍼부은 사상 초유의 충격적 도발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이은 '교착국면 흔들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수틀리면 고농축우라늄(HEU)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위협했는데도 한미 양국이 별다른 동요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리 군과 주민을 향해 해안포를 퍼붓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영수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북한이 강수를 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자 북한도 원칙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은 우리 것'이라며 도발한 셈이다.

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공개해도 남한 사회가 별로 출렁거리지 않자 '강대강' 구도로 위기감을 더 높여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 원심분리기 공개와 연평도 공격은 G20 이후 이명박 정부에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히 있다. 국제적 쟁점인 NLL을 건드려야 미국이 움직인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는 듯하다. 결국 미국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조명철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유엔 제재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고 중국의 경제지원도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현 상황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발했을 수 있다. 쇼킹한 사건을 일으켜 미국 등 유관국들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결국 미국과 한국이 압박을 하면 싸움 밖에 벌어질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다른 얘기지만, 북한 권력층 내부에 관리상의 허점을 생겼을 수 있다. 김정은 후계 체제가 구축되는 시기에 과잉충성을 하려는 자들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우 책임연구위원(한국국방연구원)=금강산 관광이나 6자회담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으니까 군사적 압박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또 경제난 타개나 후계구축 과정의 정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도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게 힘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군사적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려는 속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김정은 후계 구축 과정에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이 큰 만큼 강경한 태도로 위기상황을 조장해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다. 아울러 후계자 김정은의 리더십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 군부의 충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우라늄 공개에 이어 곧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것은 남한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압박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여러 차례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원칙적 입장을 고수한 것도 북한의 초강경 대응을 자극했을 수 있다.

북한이 남쪽에는 세게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이번 공격은 그런 판단의 연장선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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