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심분리기 2000개 가동”]전문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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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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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협상카드…수소폭탄도 만지작거릴 것”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 보여주기’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엔 6자회담 등에서의 북-미 대화를 앞두고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는 한편 핵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문제가 핵 확산 문제로 커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북-미 대화 지렛대 키우기

김성한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는 21일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원심분리기를 보여주며 거꾸로 화답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돌려놓되 유리한 국면에서 협상을 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 선수를 쳐서 상황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6자회담을 앞두고 몸집을 불리는 것이 작은 의도라면 핵보유국으로 가는 것이 큰 의도”라며 “경수로 건설을 명분삼아 우라늄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수소폭탄 프로그램도 만지작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제사회 핵 안보에 심각한 위협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선진국에게도 어려운 기술”이라며 “북한이 실제로 핵 개발을 할 정도의 기술과 시설을 갖추었는지, 이번에 공개된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교수는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 원심분리기를 수백∼2000개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면 외부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기술이 이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북-미 협상하되 ‘살라미 전술’ 극복해야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지난해 4월 중유 공급이 중단되자 우라늄 농축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서 핵은 단순히 협상의 대상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제거하지 않고 북한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성과를 얻기 어렵다”며 “6자회담 틀 속에서 북-미 양자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한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핵 관련 문제를 일으킨 뒤 그 당시까지의 활동을 동결하는 합의를 하고 정치 경제적 대가를 챙긴 뒤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합의를 어기고 문제를 만드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며 “한국과 국제사회가 공조해 북한의 이 같은 ‘살라미(salami) 전술’을 뛰어넘을 새로운 전술을 들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연구위원은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을 통해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것과 유엔을 통한 제재 정도이지만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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