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리 수사]재계가 말하는 ‘2003년 사정’과 다른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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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오너체포 비슷하지만 수사대상기업 체급은 중-경량급”

재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등으로 이어지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년여 만에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했다. 한편으론 대기업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수사 착수, 오너 체포와 오너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은 과거 사정 정국 때와 비슷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3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번 수사가 2003년과 다른 점은 수사 대상 기업들의 ‘체급’이다. 2003년 검찰 수사를 받은 대기업에는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 서열 1∼4위의 ‘한국 대표 기업’들이 포함돼 있었고 이들 기업의 오너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기도 했다.

반면 올해의 경우 아직까지 수사 대상 기업 중 가장 큰 회사인 한화그룹은 올해 4월 기준으로 자산순위 13위(공기업 제외)이며, 태광그룹은 30대 그룹 안에 들지도 못하고, C&그룹은 파산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 당초 ‘대기업 2, 3곳을 수사한다’는 설이 돌다가 대검 중수부가 첫 수사 대상으로 고른 기업이 C&그룹인 게 알려지자 재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사 주체도 2003∼2004년에는 대검이 직접 5대 기업 수사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대검이 수사하는 것은 아직까지 C&그룹 한 곳뿐이고 태광그룹과 한화그룹은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2003∼2004년 당시에는 수사의 ‘칼끝’이 불법 대선자금 등 정경유착이나 이를 가능하게 한 기업 내 부당거래 및 비자금 조성 등으로 ‘기업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수사는 본류가 다소 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대기업 그 자체보다는 이전 정부에서 기업이 급성장한 과정에 얽힌 유력 정치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22일 “전에 없던 동시다발적 수사가 진행되고,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강성 발언들이 나오니 위축돼 있기는 하지만 2003년만큼은 아니다”라며 “이게 어떻게 번질지 모르니까 그 불확실성이 걱정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솔직히 지금이 사정 정국이라는 느낌까지는 안 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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