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김정은 이미지 코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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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1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후계자 승계를 발표한 뒤 10일에는 대중행사에 김정일과 함께 참가한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구 가인 앵커) 이번에는 CNN 등 외국 언론사 카메라까지 김정은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모습을 파격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을 둘러싼 북한의 이미지 정치에 대해 김일성 김정일 사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사진부 변영욱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박 앵커) 변 기자. 최근 북한의 김정은 얼굴 공개를 파격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뭡니까?

(변 영욱 기자) 북한 조선중앙 텔레비전이 10일, 당 창건 기념 열병식을 생방송으로 북한 전역에 내보냈습니다. 생방송이다보니 김정일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의 행적을 생방송 형태로 보여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역시 화면을 편집 한 후 5시간 후에 방송했습니다. 이번처럼 건강 문제 등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후계자 김정은의 존재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생방송이라는 파격을 택했습니다. 후계자로 결정된 김정은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구 앵커) 김정은이 최근에 무척 자주 등장하고 있죠?

(변 기자) 네. 북한은 김정은이 공식 직함을 받자마자 속도를 내서 외부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달 노동당 대표자회가 끝난 후 북한이 공개한 기념사진에도 김정은의 모습이 보였지만 단체사진이라서 또렷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9일과 10일에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의 얼굴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있습니다. 그리고 생방송을 통해 김정일과 김정은이 함께 있는 모습을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박 앵커) 수 십년 전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등장할 때와 지금 김정은의 등장은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변 기자) 김정일은 1980년 제 6차 당대회에서 공식 후계자로 선포된 바로 다음 날 북한 노동신문을 통해 얼굴을 처음 드러냈습니다. 당시 신문의 1면에는 김일성의 얼굴이 크게 실리고 김정일의 모습은 2면에 실린 단체사진 중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그리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7월까지 한 번도 노동신문의 1면에 얼굴이 보였던 적이 없습니다. 2인자의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북한 정치에 데뷔하자마자 노동신문 1면에 얼굴이 실린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신문에서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은 권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들 김정은의 얼굴이 드러났다는 것은 공식적인 직함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입니다.

(구 앵커) 북한의 김정은 사진 공개에 어떤 전술이 있나요?

(변 기자) 네. 북한은 김정은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민군 대장 김정은"이라는 직책만 공개하고, 둘째날 흐릿한 사진을 배포하고, 이어서 선명한 사진을 배포하고, 마지막으로 생중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시키는 과정을 연출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3대 후계자의 모습을 단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홍보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 앵커) 앞으로 어떤 사진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까?

(변 기자) 현재 북한과 세계 미디어에 등장하는 김정은의 드레스 코드는 인민복입니다. 인민복은 이른바 북한에서 혁명하던 사람들이 입었던 옷입니다. 김정일도 그 옷을 계속 입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똑같이 인민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옷의 색깔은 짙은 감색으로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사진이 많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이번처럼 기념사진이나 현지지도처럼 실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사진 이외에도 혁명전통을 강조하거나 할아버지 김일성과 연관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세습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 앵커) 김정은의 사진과 화면은 지금 누가 촬영하고 있습니까?

(변 기자) 우선 김정일의 사진을 전담해서 촬영하는 팀이 있습니다. 북한은 1977년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을 특정한 사진기자들에게만 찍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소속으로 되어있는데요, 이들이 찍은 사진을 외부에 배포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지난 달 당대표자회의 기념사진까지만 해도 이 팀에서 독점적으로 촬영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국으로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9일과 10일에 공개된 사진에는 외신기자가 중국 신화통신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신화통신 사진기자가 촬영한 김정은의 클로즈업 사진이 가장 선명합니다. 북한은 신화통신 사진기자가 VIP들이 앉아있는 주석단까지 올라가 김정일과 김정은 바로 옆에서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면서 이 사진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은 북한의 김정은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박 앵커) 10일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쳐다보는 김정일, 21세기 희대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요. 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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