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탈북 국군포로와 인도주의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17:00수정 2010-09-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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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탈북해 제3국의 우리 공관에 머물고 있는 국군포로 A씨에게 이번 추석은 잔인한 명절이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정부 간 협상이 늦어져 7개월째 발이 묶여 있습니다. 그의 나이는 올해 84세. 고혈압과 왼쪽 팔다리 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기약 없는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주 공관을 찾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게 "제발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밟아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며 장문의 편지를 건넸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꿈속에서나 생시나 흐느껴 울며 그리워 해온 내 고향산천…. 스물네 살에 생이별하고 고향을 떠나 6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생이별은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애끓는 눈물 젖은 세월이었습니다."

가슴이 막막해집니다. 국군포로들이 한국전쟁 종전 후 60년이 지나도록 귀환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우리 정부는 스스로 북한을 탈출한 84세 노인을 반년이 넘도록 귀환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3국 정부의 비인도적 처사도, 우리 정부의 무능도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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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북한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 국군포로는 8만2000여명이나 되지만 송환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했습니다. 아직도 생존한 국군포로가 적지 않겠지요. 정부는 500명이 넘는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군포로는 결코 잊혀진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240만t의 쌀을 퍼주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이었습니다. 쌀 지원을 하는 대신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국군포로 송환을 요구했다면 상당한 국군포로가 돌아왔을 겁니다.

최근 북한에 대규모 쌀 지원을 하자는 주장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난 주 인도적 행사인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북한을 돕자고 하는 정당과 단체가 북한의 비인도적 처사를 비판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도주의는 아이들 장난감이 아닙니다. 북한과 남한의 종북(從北)세력은 인도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없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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