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만 살찌우는 ‘선거비용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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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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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없어 빚지는 판에… 지자체들 3394억 원 떠안아

선거를 치를수록 정당들이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큰 수익을 내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세금이 갖가지 명목의 보조금으로 각 정당에 지원되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관련 각종 비용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본보 15일자 A1면 참조 선거 치를수록 돈버는 한국 정당

○ 각종 명목으로 넘쳐나는 정당 지원금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한나라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224억8000여만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민주당이 받은 국고보조금도 183억여 원이었다. 두 정당이 받은 국고보조금엔 분기마다 지급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 때마다 지원하는 선거보조금 외에 다른 명목의 보조금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추천보조금이다. 이 보조금으로 한나라당은 13억 원, 민주당은 7억 원을 받았다. 여야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설한 여성추천보조금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로 여성을 추천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선거구에 여성 후보자들을 공천하는 비율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차등 결정된다.

특히 민주당의 국고보조금엔 장애인추천보조금 2억여 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올해 신설된 이 보조금은 지역구 의원 후보자로 장애인을 추천한 정당에 지급된다. 여성과 장애인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당의 의지나 법적 의무화 조치로도 가능한 일을 금전적 인센티브로 법제화한 데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지역구 선거를 치르지 않는 정당 비례대표 후보자의 선거비용도 고스란히 국가가 보전해 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8억 원, 민주당은 67억 원을 비례대표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았다. 심지어 공직선거법에서는 당내 후보자 경선 시 투·개표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 선거 치르느라 지자체는 ‘허덕’

6·2지방선거 때 지자체가 부담한 선거보전비용은 3394억 원에 이른다. 2004년 선거공영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경기 수원시는 전국 기초단체 중 가장 많은 29억 원을 선거보전비용으로 썼다.

수원시 관계자는 “투·개표 비용 등 선거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지방선거에만 47억 원이 나갔다”며 “노인복지회관의 연간 평균 운영지원비가 1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복지회관 3곳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선거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64%인 수원시의 형편은 나은 편이다. 재정자립도가 8.6%로 전국 최하위인 전남 고흥군도 선거보전비용으로 6억6000여만 원을 지출했다. 예산 대비 선거보전비율이 가장 큰 곳은 울산 중구로 한 해 예산의 0.73%인 11억5000만 원을 선거비용 보전에 쏟아 부었다. 울산 중구 관계자는 “지난해 저수지 생태공원 정비사업에 10억 원이 들었는데 선거비용을 대느라 이런 사업 하나를 못하게 됐다”며 “이런 식의 선거비용 보전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올해 경기침체로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부동산교부세 등이 20%가량 줄어든 데다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이 걷히지 않아 선거비용이 주는 부담이 더욱 컸다고 입을 모은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상당수 지자체가 인건비도 없어 지방채를 발행하는 실정인데 지금과 같은 ‘고부담 저효율’ 선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냐”며 “지나치게 많은 정당보조금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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