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조직 → 영포회 → 정권실세… 의혹의 대상 왜 자꾸 커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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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 의혹’ 野 정치공세의 이면

민주당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의 배경과 그 허실(虛實)을 살펴봤다.

■ 포항인맥 부각시키는 민주

대통령 고향 ‘게이트’로 몰아
재보선까지 이슈 이어갈 듯


○ ‘영포 게이트’ 명칭 논란

영포회는 경북 영일군과 포항시 출신 중앙부처(산하기관 포함) 5급 이상 공무원들의 친목 모임으로 1980년 만들어졌다. 영일군과 포항시는 1995년 포항시로 통합됐다.

영포회 측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포항이 아닌 영덕 출신이기 때문에 (영포회의) 정식 회원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지원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도 선거캠프 출신이므로 역시 회원이 아니라는 게 영포회 측 설명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영포회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이번 사건의 당 진상조사위원장인 신건 의원 측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은 이 지원관이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고 공직자 사정과 아무런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이 비서관에게 보고해 왔다는 의혹”이라며 “영포회보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과거 ‘하나회’처럼 법의 기구, 절차를 무시한 비공식적인 권력을 행사한 영포회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의 발본색원이 필요하다”며 영포회를 민간인 사찰 의혹의 핵심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영포 게이트’라 명명한 것은 이 지원관뿐만 아니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영호 비서관 등 포항 인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지원관이 영포회 모임에 참석했었다는 얘기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은 이번 사건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인사들이 연루돼 있음을 부각시켜 현 정권의 실세들을 겨냥하고 이를 통해 7·28 재·보궐선거까지 대여 공세의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李지원관 해명 믿을수있나

李 “공무원인줄 알고 내사”
민주 “추적 두달간 모를수가”


○ 이 지원관, “민간인인 줄 몰랐다”?

총리실의 자체 조사를 받고 있는 이 지원관은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대통령 비방 영상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지만 민간인으로 확인돼 곧바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해명했다. 내사 착수 당시엔 민간인인지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지원관이 직접 결재해 경찰에 보낸 문서(2008년 9월 12일)에는 자영업자인 김모 씨를 블로그 개설자로 지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기 2개월 전에 이미 김 씨가 민간인 신분임을 확인한 것이다. 지원관실은 그사이 김 씨가 거래하던 은행 부행장을 만나 압력을 넣었고 김 씨의 회사를 불법 압수수색해 회계자료 일체를 손에 넣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민간인인지 모르고 2, 3개월씩 뒤를 추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변명”이라며 “이 지원관이 진실을 밝힐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총리실은 즉각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직지원관실은 비선?

당시 직속상관 “보고 못받아”
민주는 ‘윗선 박영준’ 지목


○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비선 조직?

민주당이 주장하는 핵심 의혹 중 하나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 대통령의 비선(秘線) 조직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지원관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이 지원관의 지휘라인에 있던 조중표 전 총리실장과 권태신 현 총리실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또 총리실 고위 인사들이 전혀 몰랐던 일을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알고 있었던 점도 이상한 대목이다. 불법 사찰의 피해자 김 씨가 지난해 12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내자 대통령법무비서관실의 이모 행정관은 올해 2월 17일 김 씨에게 “헌법소원 때문에 알고 싶은 게 있다”며 전화로 연락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앞서 2008년 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개각을 앞두고 정부 부처 장차관 및 정부 산하단체장 업무평가를 실시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동아일보 보도(2008년 11월 10일자 A1면 참조)가 게재됐을 때도 대통령민정수석실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관가에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통령 비선 조직이라는 말이 파다하다”며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질 때부터 특정 인사가 직접 인원 선발과 조직 구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비선 보고의 배후는?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원관이 조사 내용을 이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또 그 위엔 박 국무차장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박 국무차장은 포항 출신은 아니지만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오래 지냈고, 이 비서관은 대통령선거 때 박 국무차장과 함께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를 위해 활동한 ‘박영준 인맥’으로 분류된다. 또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중고교를 다닌 이 지원관도 이 비서관과 막역한 사이로 이 비서관의 추천으로 총리실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국무차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두 달 정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외국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사조직을 관리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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