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보리 결의 위반 보고서, 中-러 거부로 공개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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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核-미사일 수출 지속… 유령회사까지 내세워”
中-러, 北두둔 계속할땐 ‘천안함 회부’ 악영향 우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안보리 결의 1874호 이행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대외 공개문서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를 이행하고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7인의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47쪽의 보고서와 부속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공인 국제문서의 성격을 띤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9일 “최근 안보리 내부 논의 끝에 종합보고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안보리 내부문서로만 보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안보리 내부인의 회람만 허용된다.

7인 전문가 패널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 2개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의 대외 공개를 거부한 나라는 중국 러시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전문가 패널은 5월까지 현지 실사와 각 국가의 제재이행보고서 점검 등을 거쳐 북한의 제재위반 행위를 광범위하게 적발해 냈다. 유엔 관계자는 “증거에 기초해 객관적으로 기술한 종합보고서가 유엔의 공식문서로 대외적으로 발표되고 인용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이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지에서 벌였던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수출활동 4건과 사치품 거래 관련 2건 등 모두 6건의 안보리 결의 위반사례를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적시한 남촌강기업 등 8개 북한기업과 5명의 개인 활동이 제약됨에 따라 유령회사 등을 추가로 설립해 불법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종합보고서 공개 거부가 한국 정부가 요청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안보리 회부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명백한 군사적 도발행위라는 점에서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채택과 무관한 사안.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제재위반 행위 비판이 주류를 이루는 보고서 공개를 원천봉쇄해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14일 안보리는 한국 정부의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브리핑을 받는 것을 계기로 안보리 차원의 대응조치와 관련한 협의에 사실상 착수한다.

한편 192개 유엔회원국 중 111개국이 북한에 대한 두 차례의 안보리 결의인 1874호와 1718호(2006년 10월 핵실험에 대한 제재)에 따른 결의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 미제출국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 북한과 불법적인 거래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국가가 많다. 1년 한시기구로 발족한 전문가 패널은 최근 활동기간을 1년 연장해 2011년 6월까지 대북제재 이행상황을 감시하게 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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