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연기] 연기 반대하는 게이츠 美국방장관, 자신이 서명한 시점 뒤집기 부담?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상간 합의해야 풀릴 듯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기로 사실상 원칙적 합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정짓지 못하는 것은 미 국방부, 특히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사진)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게이츠 장관이 반대하는 것은 본인이 전환 날짜를 확정한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서명한 문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를 하기에는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은 2007년 2월 23일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날짜를 2012년 4월 17일로 확정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결국 한미 양국의 정권이 모두 교체됐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게이츠 장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 국방장관을 맡고 있어 벌어진 현상인 셈이다.

미 국방부의 부정적 태도는 주한미군을 전 세계 분쟁지역에 언제라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과의 연관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한미연합사령부를 유지하는 현재의 전작권 체제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배치된다”며 “미 국방부는 다른 지역의 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미군 운용에 차질을 빚는다고 보고 전작권 전환 연기에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때때로 이라크를 거론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하는 것도 이런 구상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은 양국 간 장관급보다는 정상 간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한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