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공무집행방해죄 무죄 2002년 대법 판례와 어긋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업무 집행”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무죄판결 논란이 법리 해석 시비(是非)로 번지고 있다.

강 대표에 대한 무죄판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강 대표가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탁자를 뒤집어엎고 테이블에 뛰어 올라간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 강 대표는 이로 인해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방실침입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는 당시 박 사무총장이 신문을 보고 있었고, 이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002년 4월 12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구체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업무의 집행으로 볼 수 있다”며 “직무 자체의 성질이 부단히 대기하고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일 때에는 대기 자체를 곧 직무행위로 봐야 할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 집행이란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해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 판사는 “강 대표가 탁자를 부수고 테이블에서 뛴 것은 공무집행방해죄에 수반되는 행위로 흡수관계(법조경합)에 있다”며 “공무집행방해가 무죄인 이상 여기에 딸린 행위인 공용물건손상의 죄는 따로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경합이란 한 사람이 여러 법 조항이 적용되는 행위를 한 경우 다른 죄목이 한 가지 죄목에 포괄 흡수되는 관계라면 이를 각기 따로 판단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론.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조차 “공무집행방해죄에는 협박죄와 폭행죄만 포괄될 뿐, 재물파손(손괴)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강 대표의 공용물건손상 혐의는 법조경합 관계로 볼 게 아니라 별도로 유무죄를 가렸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의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관 다수의 의견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상급심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하급심 판결만 갖고 법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18일 “국회 폭력사건에 대해 부당하게 면죄부를 준 판결로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비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