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朴 세확대 경쟁속 親李는 노선따라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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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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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세종시 놓고 계파갈등 표면화… 권력지형 재편되나
○ 건재한 이상득 - 2선 후퇴에도 정치력 발휘… 친이-친박 조정역할 계속
○ 친이 내부에선 - 이재오-정두언-안상수 등 협력-견제 통해 주도권 싸움
○ 차기주자 경쟁은- 정몽준, 친이 파고들기 주력… 박근혜, 영남권 영향력 여전

세종시 수정 논란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여권 내 권력지형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정면으로 의견 대립을 보인 가운데 친이 내부에서도 소(小)계파들이 노선 경쟁을 하면서 세력 분화와 파워 게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종시 논란은 여당을 분당으로 몰고 갈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여권의 권력지형 변화는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이후 안상수 원내대표가 친이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몽준 대표는 집요하게 친이계를 파고들며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계속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이상득 영향력 여전히 강해

여권에서 이상득 의원의 파워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그가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상징적 권력’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는 선수(選數) 및 계파에 관계없이 의원들과 두루 친분을 쌓아왔고 당내 최다선인 6선으로서 주요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정치력을 발휘해왔다. 9월에 입각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주호영 특임장관이 모두 이 의원이 신임하는 여당 의원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원로로서 당내 갈등 조정자 역할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이 강경파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주장하며 친박계와 극한 대립을 했을 때 정무라인을 통해 막후에서 봉합을 했다. 세종시 특위 구성 문제를 놓고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마찰을 빚을 때도 안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화합을 당부했다.

○ 안상수 친이계 새 구심점 부상

7월 미디어법 처리 이후 여권의 새 구심점으로 떠오른 인물은 안 원내대표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강한 원칙론으로 당을 이끌며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당내에서 청와대와 가장 잘 소통하는 인물로 꼽힌다. 한때 마찰을 빚었던 이상득 의원과도 신뢰관계를 쌓아가면서 여권 내 권력 공백을 메우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같은 마산 출신인 친박계 이혜훈 의원 등을 통해 친박계와의 소통도 넓혀가고 있다. 당 내에는 그가 ‘관리형 차기 당 대표’로 낙점 받았다는 설도 나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가 친이계의 좌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당내에는 ‘안상수계’라고 할 만한 의원이 별로 없다. 한때 친분이 두텁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거리를 두면서 친이재오계의 견제를 받는 것도 부담이다.

○ 정몽준 친이계 파고들기 주력

정몽준 대표는 9월 취임 이후 10월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입지를 키워 나갔지만 세종시 논란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친이계를 파고들며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도 그를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정몽준-이재오’ 연대설도 솔솔 흘러나온다. 두 사람은 최근 몇 차례 별도로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정두언 의원과의 교감도 넓혀가고 있다. 관건은 정 대표가 내달부터 정점으로 치달을 세종시 논란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다. 한 친이계 재선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무대가 될 수도 있고, 계파 없는 정치인의 한계를 확인하는 무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오-정두언 전략적 연대 유지

이재오 위원장과 정두언 의원은 정권 창출의 공신이면서도 주류 핵심의 견제를 받으며 권력의 변방에 머물러 왔다. 이들은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전략적 연대의 틀을 유지하며 친이계 내부에서 영향력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현재 당내에서 이 위원장의 계파로 볼 수 있는 의원은 30여 명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을 비롯해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핵심 당직을 맡아 이재오계의 위상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이 위원장의 도움을 받았던 의원 중 상당수가 이재오계를 이탈했고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이 위원장 주변에서는 그가 내년 7월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당선돼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는 시나리오를 그린다고 보지만 친박계가 집중 견제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

○ 친이 벽 허물며 세력 확장하는 친박계

박 전 대표가 영남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20명 안팎인 영남권 친이계 의원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친이 진영에는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이길 후보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일부 친이계 여성 비례대표가 박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가는 ‘월박(越朴)’을 시도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미디어법 처리 과정과 세종시 논란에서 박 전 대표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친이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반감이 커진 것은 부담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할 경우 차기 대선 전에 당이 깨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박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관계 복원이 관심사다. 두 사람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내부적으로는 확실한 구심점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을 따르는 친박 의원들은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두 사람이 뭉쳐야 한다”며 관계 복원을 시도하지만 마땅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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