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합의문 4가지 쟁점 뜯어 보니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 北‘12·1조치’ 8개월 만에 풀리나- 남북 육로통행 등 즉각 재개 가능해져

현대그룹과 북한 아태평화위가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즉시 실현 가능해 보이는 것은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지역 체류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다. 북한이 이른바 ‘12·1조치’를 8개월 만에 사실상 해제하는 것이다. 12·1조치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던 지난해 말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시행한 것이다. 북측은 이를 통해 남북 간 통행 시간대와 인원수를 축소하고 개성공단 상주 인원을 감축했다. 3000여 명이던 개성공단 상시체류증 소지자도 880명으로 제한돼 기업 활동에 불편을 끼치는 등 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했던 게 사실이다. 남북 당국 간의 추가 협의가 필요한 다른 4개 항과 달리 이 부분은 북측의 태도 변화만으로도 즉시 시행될 수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의 잇단 일방적 통행 차단 조치와 개성공단 근로자 장기 억류로 일부 업체가 철수 움직임마저 보인 개성공단이 이런 원상회복 조치만으로 쉽게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관광 재개위한 전제조건 해결돼나- 北, 관광객 신변안전 제도화 언급 없어

이번 합의에서 가장 논란을 빚는 부분은 관광사업 재개와 관련한 문제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남한 정부가 중단시켰던 사항이다. 북한이 재개하거나 그만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남북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하며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통일부는 17일에도 “정부가 기존에 밝힌 관광 재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보도문을 보면 유감표명이나 재발방지 약속은 생략된 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조치’에 따라 편의와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포함돼 있다. 남측에 대한 사과를 피하려는 인상을 짙게 남기는 대목이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은 대북 현금지원을 막으려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상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추석에 이산가족 만날 수 있을까- 한적, 준비 착수… 당국간 협의결과가 변수

공동보도문 5항 ‘추석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합의는 성사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그동안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정부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개최돼 추석 이전에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17일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실무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민간 차원의 합의일 뿐이어서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 더욱이 추석(10월 3일)까지 47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적십자회담에서 상봉이 합의되더라도 생사 확인 절차를 거쳐 명단을 통보하고 행사가 열릴 때까지 최소한 1개월 반이 걸리며 북측의 생사확인 작업이 늦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2개월은 족히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추석에 맞춰 행사를 열려면 상봉 가족 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 연안호와 선원들 조기 석방되나- 玄회장 “잘될 것”… 정부 “취지 파악 필요”

현 회장이 ‘800연안호’의 귀환 문제에 대해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연안호와 선원 4명이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연안호는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도 연안호 문제의 해결 없이 우리 정부가 공동보도문의 5개 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현 회장과의 면담에서 연안호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김 위원장이 “당국자 간에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현 회장의 전언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NLL 월경 어선의 송환은 수일 만에 돌려보내는 것이 남북간의 관례”라며 “어선 송환과 관련해 남북 당국이 협의하거나 회담을 한 전례가 없어 발언의 정확한 취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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