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생환한 36년 전처럼 벌떡 일어나시길…”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씨(앞)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천주교 서교동 성당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생환기념 미사에 참석해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김 씨 뒤쪽으로 김옥두 한광옥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오른쪽부터)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씨(앞)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천주교 서교동 성당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생환기념 미사에 참석해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김 씨 뒤쪽으로 김옥두 한광옥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오른쪽부터)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DJ 다소 안정… 생환기념일 맞아 쾌유기원 미사
반기문 총장-시린 에바디 등 병문안 잇따라

9일 위중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사흘째 안정상태를 보인 가운데 1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천주교 서교동 성당에서 김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생환 36주년을 기념하고 쾌유를 비는 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에는 차남 홍업 씨, 삼남 홍걸 씨 내외 등 김 전 대통령의 가족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사를 집전한 윤일선 신부는 “하느님께서 생명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신 김 전 대통령의 생명도 귀중히 여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에 열린 미사였지만 신도 100여 명이 참석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빌었다.

예년에는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납치됐던 김 전 대통령이 13일 생환한 것을 기념해 8월 13일 김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생환 기념미사가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김 전 대통령의 병환으로 정례 수요미사에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내용을 포함해 약식으로 진행됐다.

미사가 끝난 뒤 한화갑 전 의원은 “(납치됐던 김 전 대통령이) 13일 살아서 돌아오신 것처럼 (생환기념일인) 내일(13일) 벌떡 일어나시길 기원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13일에는 서교동 성당 주임신부께서 병원으로 오셔서 기도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1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많은 국내외 인사의 병문안이 계속됐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병원을 찾아 이희호 여사에게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민주화와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단단한 초석을 닦으신 분”이라며 “하루빨리 쾌차해 활동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반 총장의 방문 소식을 전하면 (김 전 대통령이) 큰 힘을 얻고 곧 쾌차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씨도 이날 병문안을 했다. 이란 인권변호사인 에바디 씨는 2006년 6월 광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서신교환 등을 통해 친분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 대사는 도쿄 유학 당시 김 전 대통령의 피랍 사건을 접하고 김 전 대통령에게 관심을 가져왔으며 올해 5월 김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한명숙 이한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의원, 이재오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병원을 찾았다.

한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각종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고 미음 공급도 계속되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의료진으로부터 10, 11일보다 오늘(12일) 상태가 더 좋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