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위중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사흘째 안정상태를 보인 가운데 1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천주교 서교동 성당에서 김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생환 36주년을 기념하고 쾌유를 비는 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에는 차남 홍업 씨, 삼남 홍걸 씨 내외 등 김 전 대통령의 가족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사를 집전한 윤일선 신부는 “하느님께서 생명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신 김 전 대통령의 생명도 귀중히 여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에 열린 미사였지만 신도 100여 명이 참석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빌었다.
예년에는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납치됐던 김 전 대통령이 13일 생환한 것을 기념해 8월 13일 김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생환 기념미사가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김 전 대통령의 병환으로 정례 수요미사에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내용을 포함해 약식으로 진행됐다.
미사가 끝난 뒤 한화갑 전 의원은 “(납치됐던 김 전 대통령이) 13일 살아서 돌아오신 것처럼 (생환기념일인) 내일(13일) 벌떡 일어나시길 기원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13일에는 서교동 성당 주임신부께서 병원으로 오셔서 기도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씨도 이날 병문안을 했다. 이란 인권변호사인 에바디 씨는 2006년 6월 광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서신교환 등을 통해 친분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 대사는 도쿄 유학 당시 김 전 대통령의 피랍 사건을 접하고 김 전 대통령에게 관심을 가져왔으며 올해 5월 김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한명숙 이한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의원, 이재오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병원을 찾았다.
한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각종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고 미음 공급도 계속되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의료진으로부터 10, 11일보다 오늘(12일) 상태가 더 좋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