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 소재 연설, 효과는 글쎄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연설중 개인사 인용사례 많아
전문가 “빈번한 강조로 감동 한계”

“젊은 시절 시골 중앙통 사거리 극장 앞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승용차 한 대가 제 리어카를 들이받았습니다. 당연히 리어카가 부서지고 과일들은 길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2008년 12월 15일 라디오 연설)

스토리텔링(이야기형)식 연설은 청중을 설득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연설을 할 때 종종 실제 사례를 소재로 활용해 자신이 의도하는 메시지를 풀어나갔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이 대통령 특유의 건조한 문체를 보완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이 대통령이 인용한 사례의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이나 성공기와 관련된 개인사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이나 안창호 정약용 이순신 이율곡 등 역사적 위인이 간혹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통령 자신이 동일시하려거나 국민이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용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성공신화를 국민에게 확장시킨다는 뜻으로 ‘국민성공시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청년기나 그 이전의 가난했던 경험을 자주 언급했다. 이 시기의 개인사를 담은 연설문은 모두 19건이다.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하거나 청중을 독려할 때 주로 자신의 경험을 언급했다. 2008년 12월 1일 라디오 연설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며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배치됐던 ‘밀림 속 고달픈 건설현장’을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이 많았지만 그 고생을 저는 참고 견디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다”며 ‘국내든 해외든 부딪쳐 보고 도전하는 투지’를 강조했다. 2008년 10월 13일 라디오 연설에서는 작은 회사의 경비로 일하다 실직한 아버지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 개의 중소기업이라도 무너지면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어느 누구보다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연설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개인사를 강조하는 연설을 자주 한 것이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감동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단국대 김연종 교수(언론홍보학과)는 “가난과 시련을 떨친 ‘성공신화’라는 이 대통령의 개인사가 강부자 내각 논란, 쇠고기 파동 등을 거치며 빛이 바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이 대통령은 주인공이고 정작 소통의 대상인 국민은 스스로를 관객처럼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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