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시계제로… 쟁점법안 당분간 휴전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여야 원내대표 회동 연기

민주, 사정권력 책임론 부각

한나라 ‘개혁 차질’ 속앓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6월 임시국회 개회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당초 25일 만나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민주당이 회동을 늦추자고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안 원내대표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애도 기간에는 국회 개회 협상을 할 수 없다”면서 “6월 국회는 첫째 주나 둘째 주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는 노 전 대통령 장례가 끝나는 29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임시국회에서 당초 주요 쟁점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돌발 변수가 터진 만큼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애도 기간 중에 6월 국회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주요 쟁점법안은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미 다 된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얘기할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분간 ‘대책’이라는 말을 꺼내지도 말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부는 미디어 관계법과 금산분리 법안 등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는 주요 쟁점법안을 이번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개혁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안 원내대표의 추진력을 앞세워 쟁점법안 처리를 통해 국정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애도를 하는 것과 6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는 별개”라면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향후 정국에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정쟁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장례가 끝날 때까지는 애도 기간으로 하고 어떤 정치 일정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정부 여당이 6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쟁점법안에 대해 야권 및 시민단체와 공조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법안 처리에는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6월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사정 권력 책임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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