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출 수 없어서…” 입주기업 일부 직원 ‘타의半 잔류’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16일 오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향하려는 남측 화물차 운전사들이 북한의 출입 통제로 출경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16일 오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향하려는 남측 화물차 운전사들이 북한의 출입 통제로 출경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北은 밀어내려 하고 南은 대책 없어”

‘키 리졸브’ 끝날때까지 일단 버티기

‘공단 폐쇄론’에 대한 자구책 성격도

■ 南인력 159명 왜 남았나

“직원들은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며 스스로 개성공단에 남았지만 남측에 있는 가족과 기업주들로서는 이들의 안전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은 16일 당초 귀환 예정이던 남측 인력 상당수가 공단에 남은 데 대해 “본인이 없으면 공장 조업이 전면 중단되는 책임자급 직원들이 대부분 개성공단에 남았다”며 “본인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이 운영하는 에스제이테크의 경우 현지의 우리 직원 1명이 16일 교대 예정이었지만 잔류를 택했다. 자신을 대체할 인력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자 자신마저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들어진다며 자진해서 남기로 했다는 것이다.

봉제업체 서도산업의 경우 3명의 직원 중 이날 1명이 귀환하고 현지에 2명이 남아 있다. 한재권 사장은 “원래 14일에 내려올 직원이 오늘 내려왔는데 다른 직원들이 남아 있겠다고 자원했다”고 설명했다.

A사의 대표도 “남아 있는 직원들은 ‘우리 재산이니까 지켜야지’ 하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가 끝나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조금 더 버티기로 했다”고 말했다.

B사 역시 현지 직원들이 “안전에는 별문제가 없다”며 잔류를 희망해 9명 중 4명이 남아서 공장을 운영키로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기술자 2명이 남측으로 넘어온 C사는 곧바로 조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재억류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진해서 남기로 한 것은 북한의 이날 조치를 두고 ‘공단 비우기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남측 보수 진영에서 ‘공단 폐쇄론’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다.

문창섭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은 “북한 당국도 우리를 밀어내려 하고 한국 정부도 이를 막을 적극적인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 일터와 회사를 지키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부 기업인은 “현지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밖에서 느끼는 것보다는 덜한 것 같다”며 “오히려 북한에 남은 직원들이 남쪽에 있는 동료와 가족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원을 개성공단에 남긴 입주업체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사업 지속 여부보다는 당장 북에 남은 직원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한재권 사장은 “현지에 남은 직원들의 식량은 아직 충분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에게 먹일 식량은 19일경이면 다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이 회사는 북한 근로자들이 먹는 식료품도 절반 정도는 남쪽에서 가져다 썼다.

한편 D사 사장은 “남은 우리 직원도 걱정이지만 북한 근로자들이 더 당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가장 작업 여건과 대우가 좋은 직장인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4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제일 먼저 동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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