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무산 이유는 1%P 차이 때문에?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여야 은행주식 보유한도 9~10%싸고 옥신각신

한나라 “몸싸움까지 했는데 물러설 수 없어서…”

“협상 과정만 놓고 본다면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 여야간 쟁점법안이 아니라 쟁점법안의 ‘인질’이나 다름없었다. 수치 싸움이나 할 법안이었다면 일찌감치 처리했어야 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3일 밤 12시 2월 임시국회 폐회로 끝내 무산되자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부터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 사모투자펀드(PEF)의 출자비율을 현행 10%에서 30%까지 높이는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의 길을 대폭 넓히면서 한나라당은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높이는 것은 재벌에 은행을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2일 은행법을 여야정 협의를 거쳐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민주당이 먼저 태도를 바꿨다.

이후 여야 간 협상 때는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아닌 지루한 숫자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8%, PEF 출자비율을 15%까지만 높여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여야간 의견 차가 크자 정부는 은행주식 보유한도는 민주당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PEF 출자비율은 20%로 하자고 중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3일 오전 정무위에서 은행주식 보유한도는 당론대로 10%로 유지하고 출자비율만 당론보다 10%포인트 낮춰 20%로 높이자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몸싸움 끝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야당의 반발에 부닥쳐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때부터 추가 협상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마지막 카드로 보유한도를 9%, 출자비율을 18%까지 높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제안은 한나라당이 정무위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과 비교하면 1∼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민주당으로서는 금산분리 완화를 줄곧 반대했던 명분마저 잃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은 논란 끝에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마지막 제안을 수용하면 정무위에서 몸싸움까지 하며 법안을 통과시킨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의 하나인 금융지주회사법 처리가 4월로 미뤄져 은행법을 먼저 통과시켜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기를 서둘러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경제 관련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의 이 같은 명분은 적지 않게 퇴색됐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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