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조직 수장들 어디로?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김정일 건강이상說속 모습 감춰

“보고 라인 단일화 위해 조직 통합중” 분석

“잠행이 원칙… 구조조정 추측 무리” 지적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8월 14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선노동당 내 대남사업 조직 수장들도 오랫동안 근황이 알려지지 않아 주목된다.

29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임명된 뒤 10·4남북정상선언 전후로 활발하게 활동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올해 6월 18일 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을 면담할 때 배석한 이후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김 부장과 함께 중요 대남사업 부서장인 오극렬 작전부장도 같은 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일의 당 사업 개시 4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 공개 활동의 마지막이다.

통전부는 대남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두뇌’이자 ‘얼굴’이며 작전부는 미리 구축해 둔 루트와 조직원들을 통해 간첩을 남파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인 신분으로 남파될 간첩을 선발해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35호실’ 실장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으로 비워져 왔으며 실장 대행도 불분명한 상태다.

해외 거점을 통해 간첩의 국적과 신분을 세탁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대외연락부의 강관주 부장은 2006년 5월 조국광복회 창건 70돌 기념 중앙보고회에 참석한 것이 확인된 뒤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이번 9·9절 열병식에 잠시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통인 이영화 일본 간사이(關西)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김 부장과 오 부장 등이 일제히 모습을 감춘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북한이 이들 조직을 합쳐 대규모 단일조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김 위원장을 고려해 대남사업 지시와 보고라인을 단일화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대남 공작부서장들은 원래 잠행(潛行)이 원칙이어서 단순히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는 것만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추측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양건 부장은 남북 당국 간 대화 단절로 공개석상에 나올 일이 없었고 나머지 공작부서장은 이전에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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