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신임 주한 美대사 “양국 현안해결 전력 다할 것”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6분


캐슬린 스티븐스 차기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8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오른쪽)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스티븐스 대사의 아들인 제임스 씨. 워싱턴=EPA 연합뉴스
캐슬린 스티븐스 차기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8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오른쪽)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스티븐스 대사의 아들인 제임스 씨. 워싱턴=EPA 연합뉴스
워싱턴서 대사 취임선서… 수교후 첫 여성대사

“10년이면 강산도…” 한국말로 한국발전 회고

“22일 한국에 가면 우선 많은 한국 분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대사로 내정된 뒤 한국 신문을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만 제가 30년 전 한국에 있을 때와 지금의 한국은 너무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55)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9일 오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한국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1883년 양국 수교 이래 125년 만의 첫 여성 대사인 그는 22일 한국에 부임한다.

―부임하면 먼저 어떤 일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21세기에 걸맞게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지만 그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우선 많은 분을 만나보겠다.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고 싶다. 지난 3년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을 다뤄왔는데 그 비전의 실현 방안 역시 논의해보겠다.”

―북한 인권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생각인지….

“북한의 인권상황은 많은 관심과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나와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도 인권문제는 핵심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븐스 대사는 “한미 간에도 1980년대 (한국의) 인권문제가 주요한 이슈였고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면서 한미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는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정치일정을 볼 때 연내 비준이 어려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대통령선거 등 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한 대사는 부임 직전에 미국의 기업인들과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한다. 곧 한국과 사업을 하는 상공인들과 FTA 비준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계획이다.”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는데….

“외교관이 어떤 사안에 대해 외교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우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인들의 생각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그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스티븐스 대사는 “그동안 한국어를 많이 준비하고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주재국 국민과의 접촉(public diplomacy)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사소한 말실수 때문에 오해를 사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어를 많이 공부하려고 애썼습니다. 한국 영화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는데 특히 ‘살인의 추억’, 비보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앞서 스티븐스 대사는 8일 국무부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9월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시작되는 특별한 때”라고 인사말을 한 뒤 한미 FTA와 비자면제 프로그램 추진, 북핵 해결 등에 전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에 대한 추억을 많이 소개했다. 특히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예산중학교에서 일했던 시절을 마치 영화 필름 돌리듯 회상했다.

“22세 때인 1975년 9월 충남 예산 역에 내 몸보다 큰 가방 두 개를 이고 지고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황금벌판으로 바뀌는 논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겨울이면 땔감이 없어 칠판에 분필로 글을 쓰는 손이 곱아 장갑을 낀 채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교실을 가득 메운 열세 살짜리 시골 소년 70명이 내뿜는 교육 열기는 영하의 교실을 훈훈하게 녹였습니다. 교실에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넘실거렸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한국말로 소개하며 198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열기까지 회상한 스티븐스 대사는 마무리 발언도 한국말로 했다.

“여러분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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