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위원회’ 273개 없앤다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우주사고조사? 기르는어업심의? 무슨일 하는 위원회인지…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중앙건강가정정책위원회는 2005년 1월 설치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도 2002년 종합계획을 만들고 나서는 회의 실적이 전무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법규에 따라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와 교원자격검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름만 지어놓고 실제로는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출국금지심의위원회는 출국금지 관련 규정이 바뀌어 위원회의 필요성이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위원회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27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530개 자문위원회 가운데 51.5%(273개)를 폐지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위원회 공화국은 이제 그만=정부위원회는 1999년 말 319개였는데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급격히 늘었다.

노 정부 초기 364개에서 임기 말 573개를 기록했다. 위원회가 너무 많아 참여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렸다.

573개 중 행정이나 정책기능을 맡는 행정위원회가 39개, 헌법에 규정한 자문위원회가 4개, 기타 자문위원회가 530개다.

정비 대상 위원회는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자문위원회 530개다. 부처별로는 국토해양부가 59개로 가장 많고, 국무총리실(54개) 지식경제부(50개) 교육과학기술부(43개) 보건복지가족부(38개) 행정안전부(37개) 농림수산식품부(35개)순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위원회가 많다 보니 행정 절차가 복잡해 정책결정과 민원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이 더 컸다”고 말했다.

▽위원회 난립 법으로 막는다=이번에 폐지되는 위원회에는 백두대간보호위원회(국무총리) 우주사고조사위원회(교과부) 문서감축위원회(행안부) 기르는어업심의회(농림수산식품부) 등 무얼 하는지 명칭부터 애매한 위원회가 많다.

해양생물다양성협의회(국토해양부) 국가습지심의위원회(환경부) 화장품심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청)도 없애기로 했다. 안건이 있을 때만 열리던 위원회였는데 앞으로는 부처별 공통자문위원회가 처리한다.

정부는 위원회 32개의 소속을 총리실에서 부처로 바꾸고 위원회 기능이 끝나면 폐지하는 일몰제를 포함한 ‘정부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6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위원회를 정비하려면 330개의 법령을 바꿔야 한다. 연말까지 부처별로 개정을 추진하고, 대통령령에 근거한 위원회는 행안부가 일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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