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재승 파업’ 하루만에 끝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공천 갈등에 대한 심경을 설명한 뒤 차에 올라 떠나려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공천 갈등에 대한 심경을 설명한 뒤 차에 올라 떠나려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 오늘 공천심사 복귀

孫대표 “위원장 없어도 공천작업 진행”

신계륜-김민석 비례대표 추천위 남아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19일 전격적으로 ‘공천심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민주당 공천 파행이 박 위원장이 21일 심사에 복귀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20일 밤 “제주로 떠났던 박 위원장이 21일 손학규 공동대표와 만나 비례대표 심사가 개혁공천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10시 하루 반 동안 진행된 파행을 마무리하고 공천심사위원회를 재가동한 뒤 여론조사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2, 3곳 및 14개 전략공천 지역에 대한 심사를 계속한다.

이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복귀하지만 그가 문제를 제기했던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회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손 대표가 19일 공개한 비례대표 추천심사 위원에 ‘비리 연루자’라며 박 위원장이 공천대상에서 배제했던 신 사무총장, 김 최고위원이 포함되자 “내가 할 일이 없다”며 심사작업을 중단했었다. 한 공심위원은 “박 위원장이 다른 위원들과 저녁을 함께하면서 고별사를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박재승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4·3사건 관련 행사를 이유로 제주도에 내려갔고, 박선숙 총선기획단 부단장과 유지하던 휴대전화 연락채널도 끊어버렸다.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이 이처럼 전면 중단됐지만, 손 대표는 20일 아침 “계속 진행”을 선언해 공천심사가 파행을 겪었다.

손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비례대표 심사추천위원은 당규에 따라 당의 공동대표가 선정했다. 이번 결정은 적법한 절차와 권한에 따른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김영주 사무부총장이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 박 위원장은 없지만 일은 진행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례대표 추천심사위를 정상 가동했다. 전날 추천된 신 총장과 김 최고위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등 10명의 추천심사위원은 당사로 출근해 후보자 259명에 대한 서류심사를 시작했다. 지역구 및 비례대표 심사위원장을 겸임하는 박 위원장이 궐석한 상태였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신 사무총장은 전화통화에서 “박 위원장은 돌아와야 한다. 그게 유일한 해법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비례대표 심사작업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날 촉하자는 논의 수차례 있었다”

“내가 공천배제시킨 사람과 회의 할 수 있나

당대표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인데… 실망”

■ 박재승 공심위장 인터뷰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파국 직전까지 치달았던 통합민주당의 공천 심사가 봉합 국면으로 들어섰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20일 새벽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당 지도부를 향해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서는 “공천심사를 21일부터 시작해 마무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가 논란이 된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최고위원을 비례대표로 선정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데다 ‘파국으로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양측의 감정의 골은 아직도 깊은 상태. 박 위원장은 이날 새벽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손학규 대표는 신 총장과 김 최고위원을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으로 넣은 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한다.

“내가 (공천에서) 배제시킨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회의를 할 수 있나. 상식적인 문제 아닌가. 결국은 ‘너 알아서 해라. 나가려면 나가고…’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데려가야 할지, 내가 가야 할지 모르겠다.”

―당 대표와 사전 협의는 없었나.

“내가 몇 번씩 얘기했다. 추천위 구성은 어떻게 되느냐고. 그런데 대답이 없더라.”

―처음부터 추천위 구성권을 위임받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요구했었지만 ‘너무한다’라는 말이 있어서 관뒀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선거가 코앞이어서 당 지도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 않다. (내가 업무를 거부하면) 나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그 뒤에 최고위에서 새로 공심위를 구성해 자기들 마음대로 공천을 할 거다.”

―이번 추천위 건과는 별도로 다른 압력을 받은 적도 있나.

“당에서 어디를 전략지역으로 하겠다고 나한테 통보하면 그 건에 대해서는 공심위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전략공천이라는 게 엉뚱한 사람을 아무나 심는 게 아니지 않나. 또 나를 해촉하자는 논의도 수차례 있었다.”

―손학규 박상천 대표가 사과하면 어떻게 할 건가.

“기대도 안 한다.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인데. 실망했다. 이번 사건을 보며 너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현역의원 물갈이에서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거기(한나라당)는 부잣집이니 이것저것 되는 것이다. 물갈이란 게 나갈 물이 있으면 들어올 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들어올 물은 적은데 나갈 물만 많지 않나.”

―강금실 최고위원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까지 했는데 뭘 그렇게 비례대표나 원하고 있다가 아예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지…. 나는 강 위원이 지역구에 나가길 기대했다. (선거에서) 떨어져도 잃을 게 없는 사람 아닌가.”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