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지으러 가는 길 ‘공포의 여섯고개’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2,3 단계에서만 규제 최대 39건

《경기 화성시 동탄면 오산리에 있는 520여 개 중소기업은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지역이 지난해 6월 동탄2신도시 용지로 편입돼 공장을 이전해야 하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수도권에 공장 지을 용지는 이미 동이 난 상황”이라고 기업인들은 하소연한다. 산업용 특수램프를 제작하는 솔테크놀로지의 한한천 사장은 “대책위원회까지 꾸려 화성시 인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6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는 경기 오산시 가장2지구와 용인시 덕성지구 등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동탄지역 기업인들이 원하는 화성지역 산업단지 지정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규제의 덫’이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공장 설립 및 이전과 관련된 규제는 국민경제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동아일보 등 한미일 3개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장 하나 짓는 데 3년씩 걸리던 것을 앞으로 6개월 안에는 공장 설립을 마칠 수 있도록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차기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작성한 ‘공장 설립 규제지도’에 따르면 개별 입지에 공장을 세우려면 △사업계획 수립 △입지 선정 및 용지 확보 △공장 설립 및 창업계획 승인 △건축 허가 △공장 건축 △공장 등록 및 사업 개시 등 모두 6단계를 거쳐야 한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규제지도’를 분석한 결과 단계별 관련 법령은 모두 110개나 됐다. 환경과 안전 등에 직결된 것도 있어 모두 불필요한 규제로 볼 수는 없지만 상당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총 6단계 중 2, 3번째 단계(입지 선정, 공장 설립 승인)의 규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은 농지와 산지, 초지, 수변, 군사, 문화재, 교통, 재해, 공장총량물량, 에너지 등 최대 39개(비수도권은 35개)가 적용되고 있었다. 2단계와 3단계의 관련 법령 54개 중 절반 이상이 규제 성격을 지닌다는 의미다.

1단계인 사업계획 수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단계에 관련된 법령만도 수도법과 폐기물관리법, 소음진동규제법 등 52개에 이르러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규제는 훨씬 늘어난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공장 설립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수위는 설 연휴 직후 산업자원부와 건교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관계자를 불러 ‘공장 설립 및 창업 규제개혁 검토회의’를 갖기로 했다.

양금승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각종 규제 때문에 국내 공장 설립 건수가 2004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등 경제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토지 취득과 이용, 산업단지 개발, 공장 건축, 각종 부담금 등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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