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근사근해진 ‘언론 대못질’ 공무원들…대선이후 태도 돌변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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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좋아서 한 일 아닌 거 아시잖아요.”(정부과천청사의 한 부처 공보담당 공무원)

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자실이 통폐합된 뒤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일부 부처 공무원들과 기자들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통폐합된 기자실을 ‘원상복구’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몇몇 부처 공무원들은 조심스럽게 기자들과 접촉하며 ‘관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경찰청 등 일부 부처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일부선 “기자실 복원됐으면…”

한 정부 부처의 공보관은 23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자들을 수시로 만나 민심이나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있도록 빨리 (기존) 기자실이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언론, 특히 동아 조선 등 주요 매체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 각종 압력과 규정 때문에 업무 처리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에서 공무원들은 동아, 조선일보 기자와 사전보고 없이 만난 사실이 알려지거나, 인터뷰 기사가 실리면 경위서를 쓰는 등 사실상의 ‘문책’을 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본보 기자 등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해 왔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 이후 자신의 청사와 떨어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통합브리핑룸을 이용해 온 정보통신부의 일부 공무원은 기자실 복원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정통부는 세종로 청사 13층의 기존 기자실을 폐쇄한 뒤에도 용도를 바꾸지 않고 빈 사무실을 창고로 사용해 왔다. 이를 두고 정통부 안팎에서는 “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지시를 따르면서도 내심 기자실 복원에 대비해 왔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 경찰청 등 “통폐합 변화 없다”

이에 비해 12일 전·의경을 동원해 기자들을 기존 기자실에서 쫓아낸 경찰청은 고집스럽게 자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23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1층 로비 한 구석에서 기사를 송고했다. 역시 13일 기존 기자실을 폐쇄한 서울지방경찰청의 출입기자들도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사 별관 지하 1층 홍보담당관실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정철수 경찰청 홍보담당관(총경)은 21일 “국정홍보처의 지시가 없는 만큼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기자실 대못질’을 주도한 경찰 간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내심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자실 통폐합 이후 기자들의 전화 받기도 꺼리던 일부 경찰 간부가 대선 다음 날인 20일부터 임시 기자실을 찾아 ‘눈도장 찍기’에 나서고 있다.

한 치안감은 “이택순 청장이 기자 개별 접촉을 금지했기 때문에 그동안 눈치를 봐야 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문화관광부 등 다른 부처들은 “새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방침만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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