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경선 투표율 14.4%…후유증 큰 ‘벼락치기 경선’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코멘트
■신당, 대선 60여일 남기고 후보 확정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14일 8개 지역 동시 경선과 15일 후보자 지명대회를 끝으로 한 달 만에 막을 내린다. 이번 경선은 휴대전화 투표의 도입 등으로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모으는 데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원내 제1당’ 위상에 부합하지 못한, 부실하고 급조된 모습을 보였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이는 8월 5일 창당한 지 보름 만인 21일 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급박한 일정에 쫓긴 실정과도 관련이 깊다. 대통령 이름까지 도용해 선거인단에 등록시킨 사건을 비롯한 불법 동원 경선 양상은 당내에서조차 “정당정치의 후퇴를 가져온 선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

▽낮은 투표율=경선의 선거인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분 143만9661명, 당 자체 관리분 24만1179명 등 지역경선분 168만840명이었고 휴대전화분 23만8725명을 합쳐 총 191만9565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당의 기대치인 300만 명에는 상당히 못 미친 수준. 실제 투표 참가자는 지역경선분 27만2123명, 휴대전화분 17만7900여 명(잠정) 등 45만 명이었다.

지역경선은 평균 16.2%라는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북(19.6%)을 제외하고 서울(13.6%) 경기(13.9%) 부산(14.3%) 등 대도시 투표율은 대체로 15%를 밑돌았다. 특히 14일 ‘원샷 경선’에서는 서울 9.7%, 인천 6.6% 등 당 자체 관리분의 투표율이 매우 저조했다. 이는 접수 마감 직전 각 선거캠프 측의 무더기 대리등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리등록으로 선거인단이 커지긴 했으나 대부분 기권해 투표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

전북 4만6855명과 광주·전남 5만5797명 등 호남지역에서 10만2652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도 표심 왜곡 논란을 낳았다. 지역 선거인단 총유효표 중 3분의 1이 넘는 37.7%를 호남지역 선거인단이 차지한 셈이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 등에 기인해 당락은 ‘조직선거’가 갈랐다는 게 각 선거캠프 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선거인단이 이른바 ‘명부떼기’로 동원됐다. 일단 인적사항이 담긴 명단만 접수되면 타깃을 삼아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후보를 가장해 ‘신당의 ××× 후보입니다. 꼭 뽑아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무차별로 보내며 나쁜 이미지를 조성하는 ‘네거티브 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에 각 주자 측은 이 명부 확보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 촬영·편집 : 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 촬영·편집 : 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 촬영·편집 : 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 촬영·편집 : 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끊이지 않은 불법·편법 시비=대통령이나 고위관료는 물론 야당 당직자 이름까지 선거인단 등록에 도용됐다. ‘유령 선거인단’ ‘박스떼기’ ‘버스떼기’ 등의 조어가 만들어졌다.

마지막 날까지 금권 조직선거, 운동원 폭행 등의 시비로 인한 각 진영 간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수사기관의 경선주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도 있었다. 경선을 치른 이해찬 전 국무총리조차 “이런 식의 불법 조직 동원 선거방식이 총집합된 선거는 내 20년 정치인생에서 처음이다. 자유당 때보다 더 심한 선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당이 국내 선거 사상 처음 도입한 휴대전화 투표는 14일 3차 투표에서 투표율 75%로 끌어올리는 등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데는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높다.

▽후유증 우려=이미 손 전 지사는 “만약 패배한다면 선출된 대선후보자를 위해 선대위원장이라도 맡겠다”고, 이 전 총리는 “무조건 결과에 승복할 것이며 캠프 차원의 법적 대응도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각 진영에서 ‘경선 불복’이라는 최악의 카드는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전 의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전 총리 측 유시민 의원은 “엄청난 불법선거를 자행한 정 후보에게 민주개혁세력이 믿고 지지할 명분과 동력이 생길지 모르겠다.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 캠프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 측 운동원들에 의해 이루어진 혐의를 받고 있는 신용정보 도용사건의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경선 무효’ 결정이 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 ‘다걸기’ 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당권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총리는 13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향후 당 운영에서 우리의 존립 기반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자”고 다짐했다. 손 전 지사도 며칠 전부터 “신당은 손학규가 지킨다”고 강조해 왔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