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지킨 관습법… 영토조항만으로 설명 안돼”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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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견해는

“헌법 조문만 본다면 영토선 아니지만

법효력 北에 못미치는 현실 고려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영토선 주장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헌법학자들은 “현실적 법 효력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만 놓고 보면 NLL은 영토 개념일 수가 없다는 대통령의 말이 맞다”며 “그러나 남북 분단의 현실을 감안하면 헌법의 원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NLL은 휴전 상태인 남과 북이 오랫동안 지켜 온 관습법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헌법의 영토 조항만을 기준으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이렇게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문제를 하나의 (영토선) 개념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도 “NLL이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영토선의 개념으로 인식됐다면 NLL이 휴전선처럼 남북 간 합의에 의해 그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규범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라고 보는 것인데 노 대통령의 발언은 휴전선을 국경선인 것처럼 하면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수십 년간 영토선으로 인식된 NLL에 대해 영토선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건국대 법대 교수도 “헌법 조문상으로만 보면 NLL은 영토선이 아닌 것이 맞지만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북한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NLL은 영토선이 맞다”며 “NLL을 영토선이 아니라고 한다면 북한 지역 해상에 떠 있는 북한군 배도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한 것으로 보고 공격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주장대로 NLL이 영토선의 개념이 아니라면 서해를 통해 남과 북을 넘나드는 사람을 국가보안법상의 잠입 탈출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안부 검사는 “헌법의 영토 조항만으로 보면 대한민국 영토 내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상으로 탈출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며 “현실적으로 국가보안법 등 여러 가지 법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영토 개념이 아니다’라고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서로가 합의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NLL이 현실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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