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권서 수용 가능한 합의 이뤄야”

입력 2007-10-01 03:00수정 2009-09-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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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바라보는 시민들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30일 나들이객들이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을 찾아 통일관광열차 뒤편으로 보이는 북한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긍정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민이 동의 못하고,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안전보장에 진전이 없다면 남북 경제협력의 의미도 제한적이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일본 중국 등 전문가들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간 경제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임기 말 대통령이 다음 정권을 속박하는 섣부른 합의를 해서는 곤란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

미 국무부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북한 핵문제 해결 전에 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급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이 갖는 포괄적 남북관계 개선의 효과를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회담에서 ‘다음 정권에서도 이행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얻으려 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을 보따리가 한나라당 및 범여권이 공히 만족하고, 이행하는 데 협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때 비로소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노 대통령이 꺼내들 ‘비핵화 주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내가 경험한 북한은 능수능란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문제제기가 있더라도 맞장구치면서 ‘맞다. 비핵화하자. 그래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원칙에 합의하지 않았나.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먼저 할 도리를 해야 한다’며 슬쩍 빠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남북 관계 개선보다 비핵화가 더 중요한 문제니까 비핵화를 다짐받기 전까지는 경협 긴장완화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뒤로 미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북한 논리에 끌려가 한국도 ‘고립된 북한’의 일부로 비칠지, 아니면 북한에 한국이 지닌 국제적 시각을 정확히 설명하는 계기가 될지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기 식으로’ 회담을 주도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회담석상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 세계를 상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 줄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야 한다”고 했다.

1995∼96년 북한 영변에서 원자로 현장 감시단원으로 활동했던 존 울프스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남북 협력은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제공하되 북한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경제협력은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의무 이행과 연계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비핵화가 남북관계 만큼 중요한 건 아니다’로 해석될 수 있는 성명이 나오거나 핵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면 워싱턴은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벡 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정상회담이 단순히 ‘만났다’는 상징성을 넘어서 실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선언을 이끌어 냈지만, 5년 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것을 예로 들었다.

벡 사무국장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도 남북한 경제협력이 진전됐지만 이후 2차 핵 위기를 거치면서 경협노력은 사상누각이 됐다”고 말했다. 핵 포기 없는 북한과의 경협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오코노기 “임기 몇달 남은 盧대통령이 다 하려 해선 안돼”

스 즈 키 “이산가족 - 韓日납북자 등 인권문제 중시해야”▼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재회 등 인도적인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임기 말 대통령이 섣부른 합의로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 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남북경제협력, 평화체제, 통일체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 비핵화 진전과 경제협력 실시와의 관련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모두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며 이는 도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북한 언론 전문가인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 라디오프레스 이사는 “일본에서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 당시 만큼의 기대감은 없다”면서도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운명에는 큰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한 만큼 일본 국민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경제협력은 주변 각국과의 연계, 비핵화 문제 등과 동떨어져서 무방비 상태에서 뭔가를 결정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족화해 관점에서 이산가족 재회 등 인도적 측면이 강화될 것을 기대한다며 북한의 주도에 끌려 인도적 측면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는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말해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최소한 한국 측이 북한에 자국의 납치 피해자에 대한 해결을 요구함으로써 일본의 납치문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장롄구이 “비핵화전 경제원조하면 北 핵포기 안할 수도”

리 둔 추 “北 결국 시장경제로 나오겠지만 속도 더딜 것”▼

중국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한이 세계로 나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롄구이(張璉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긴장 완화와 평화 안정, 남북 간 경제교류 강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중-조(中-朝)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 개선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 군사분계선상의 상당수 초소 철수를 요구하겠지만 북측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기 전에 한국이 막대한 경제원조를 하면 이는 오히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자산’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리둔추(李敦球)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세계발전연구소 조선반도연구중심 주임은 “이번 방문이 북한의 변화와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북-중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주임은 특히 “현재 시장경제는 세계의 대세로 북한이 전 지구적인 대열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북한이 결국 시장경제를 향해 갈 것이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주임은 “이번 노 대통령 방문은 차량으로 가기 때문에 북한의 산하가 모두 남한 주민의 눈에 비쳐 남한 주민이 북한에 대해 갖는 인상은 평양의 일부 시가지만 본 2000년 6월 회담 때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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