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협정 우선” 美 “북핵 폐기” 北 “美와 수교”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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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 “협력 강화”노무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호주 시드니 메리엇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드니=김경제  기자
한-러 정상 “협력 강화”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호주 시드니 메리엇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드니=김경제 기자
■ 한반도 평화 체제 남북미 동상이몽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정치적 선언을 했지만 6·25전쟁 이래 유지돼 온 한반도 정전체제의 종식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확립은 북 핵 완전 폐기도 중요하지만 장기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면서 신뢰 구축, 군비 통제, 군축 등의 단계를 넘어 평화가 실질적으로 정착되는 최종단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선언 차원의 평화협정 서명으로 보장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

게다가 남북한과 미국이 그리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습과 평화협정 체결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평화협정 조기 추진하려는 한국=남한으로서는 평화협정의 당사자 지위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은 1953년 6·25전쟁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아직까지 남한을 평화협정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안보 문제는 미국과 협상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평화협정을 조기에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9일 “정부 내에서도 평화협정을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핵 폐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북한의 핵 문제 탓.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면서 만들어 낸 2005년 9·19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달성을 전제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돼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한미 정상회담 언론브리핑에서 “우리가 평화조약에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 (핵)무기를 없애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며 북 핵의 완전 폐기를 평화협상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분명히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북 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북-미 주도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을 점치는 얘기도 나온다.

통일연구원 조민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가 미래 이익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북-미 수교 이끌어 내려는 북한=북한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떨어진 ‘고물’로 치부되는 영변의 5MW 원자로를 포함해 5개 핵시설을 폐쇄하고 불능화를 위한 흥정을 한창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 고무적이다.

북한은 핵 개발의 원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며 “평화체제 수립은 비핵화 실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노정”이라고 주장해 평화체제 수립을 북 핵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북-미 간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 존재해온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도 변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이 뻔하다.

10월 2∼4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면서 ‘냉전의 잔재’인 NLL을 고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기후변화-DDA 관련 별도 성명 채택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9일 오후 다자무역체제 중요성, 지역경제 통합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정상선언(Leader's Declaration)을 발표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APEC 정상들은 별도 성명으로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 및 청정 개발에 관한 정상 선언’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관한 성명’을 채택했다.

기후 변화 정상 선언은 2012년 교토의정서 체제 종료 이후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미래의 국제기후변화체제는 국가 간 경제·사회적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과 각국의 능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언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최소 25%의 APEC 역내 에너지 집약도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2020년까지 역내 산림 면적을 최소 2000만 ha 확대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등 각국의 대응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WTO DDA 협상에 관한 성명에는 DDA가 올해 안에 최종 협상단계에 돌입할 수 있도록 WTO 회원국들이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상회의를 주재한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의장 자격으로 마무리 발언을 시작하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상 임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참석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분이 보고 싶을 것이고, 그분도 우리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특별기편으로 이날 밤 호주 시드니를 출발해 10일 오전 귀국한다.

시드니=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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