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연한 자세 보여야 해결 실마리"

  • 입력 2007년 7월 27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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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지 1주일이 지난 27일 국내 이슬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보낸 특사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28일이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피랍 사태가 1주일을 넘겼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많다"고 예측하며 "피랍자들이 각자 건강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탈레반을 자극하는 행동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내일이 협상 분수령" = 전문가들은 28일이 인질 협상의 조기 해결이냐, 장기화냐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금요일인 27일이 이슬람의 공휴일이어서 28일께부터 정부가 현지에 파견한 대통령 특사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며 "여기에 탈레반 대변인이 최종 시한을 27일 오후 4시30분으로 못 박기도 했으니 28일쯤 중요한 계기가 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청와대 안보실장이 특사로 건너간 것이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특사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함께 미국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해야 사태가 일찍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지 정부는 미국이 세운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을 거의100%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없다'는 강경론을 선회하지 않으면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인질들 극도의 공황상태 빠졌을 것" = 2004년 이라크에서 14시간 동안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바 있는 지구촌나눔운동 한재광 사업부장은 "무장한 군인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 1주일간 지속된 만큼 인질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중동 지역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 야외에 방치되면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인질들이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한 집중력을 유지하고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달승 교수도 "협상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무리 중 1명이 살해된 것이니 인질들이 겪는 정신적 공황상태가 심각할 것"이라며 "현지의 음식 상황이 좋지 못해 영양 공급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며 원활한 식수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을 잃지 않았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질들이 영양 섭취와 건강 유지에 힘써야 하며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문제의 언급을 피하고 자극할 만한 발언은 삼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죄수 석방' 위한 정부 외교 노력 중요" = 전문가들은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불개입 방침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죄수 석방 불가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명길 교수는 "인질 석방설이 나돌다가 결국 무산된 것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정부가 탈레반의 `죄수 석방' 요구를 끝까지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정책 목표도 좋지만 동맹국의 인명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달승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인질-죄수 교환이 아니라 몸값 지불을 통한 인질 석방'이라는 방침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이 전면적인 탈레반 소탕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이번에 파견한 대통령 특사를 활용하는 한편 미국과 주변국의 외교 라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협상 전략을 수정하도록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옥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소장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세력이 죄수 석방을 놓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는 게 사태 장기화의 원인"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전통적 우방임을 내세워 미국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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