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브로커]5년 만에 선 ‘큰 장’…캠프찾는 꾼 꾼 꾼…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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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선거캠프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에 지난달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지방 주간지 기자 명함을 내밀었다. 캠프 사람들은 취재차 온 것으로 보고 공보실로 안내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홍보만 했다. 그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잘 안다”며 “이 전 시장의 러시아 중국 북한 방문을 위해 다리를 놓아 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이렇게 해야 한다” “많은 기밀 사항을 알고 있다” 등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이 전 시장이 뜻이 있다면 내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말을 맺었다. 캠프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얘기였다. 황당한 얘기였지만 한 표가 아쉬운 캠프로서는 “잘 들었다. 논의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기분 상하지 않게 그를 돌려보내야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브로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대선 시장에 뛰어들어 ‘떡고물’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운이 좋으면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을 내세워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는 헛된 꿈마저 꾸고 있다.

대선 브로커들은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같은 지역 단위 선거에서 주로 ‘정치 초년병 후보’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전통적 의미의 ‘선거브로커’와는 행동 양태가 다르다.

특정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행세하며 당선 이후 이권이나 자리 등을 걸고 ‘자금’을 끌어 모으거나, 상대 후보의 비리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거래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북한 등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접촉 채널’이 있다며 캠프 내 자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선 브로커들의 캠프 접근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주요 대선주자 캠프에는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한눈에 브로커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측근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경우 종종 캠프로 확인 전화가 온다”면서 “10건 가운데 1, 2건 정도만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인되고 나머지는 거짓으로 판명난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내놓는 건 사실상 사용 가치가 없는 저급한 광고지 수준의 정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대선 특수(特需)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이 점차 전문화 상업화돼 가면서 탄탄한 경력을 갖춘 정치 컨설턴트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들은 선거 전략은 물론 여론조사, 기획, 홍보 등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컨설팅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대선 브로커가 개인 차원이라면 이와 달리 ‘무리’를 지어 후보에게 접근하는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각 지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각종 이름의 ‘포럼’이 그것이다. 각 후보의 외곽 조직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포럼도 있지만 일부 포럼은 ‘간판’의 힘을 이용해 대선주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것.

국회의원 보좌진의 캠프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각 캠프로 ‘헤쳐 모여’ 하자 보좌진 역시 자신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큰 시장’인 대선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의원 보좌진이 대선 캠프로 몰리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이한 현상”이라며 “과거 대선과 달리 당마다 대선주자들이 많이 나오고 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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