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 주소체계 시행… 혼란 불가피

  • 입력 2007년 4월 4일 15시 10분


코멘트
'도로 이름' 중심의 새 주소체계가 5일부터 시행되지만 지역별로 준비 상황과 시행시기가 제각각이어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또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는 2011년까지 전수조사를 거쳐 호적과 주민등록 등 모든 공문서를 변경해야 하는데 대다수 자치구의 예산난과 인력난으로 인해 이마저도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100년 가까이 사용하던 주소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면서 정부가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두고 관련 시행령을 확정한데다 홍보가 제대로 안돼 시행 초기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와 관련해 박명재 장관이 4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도로명주소 표기 시행에 따른 정부 입장을 밝히고 협조를 당부했다.

행자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도로명주소 표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의결되자 "도로명주소 표기법이 5일 발효되지만 행정상의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서울과 부산 등 7대 광역 시.도의 101개 시.군.구부터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131곳은 2009년까지 새 주소 시스템을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체 자치구 가운데 56.5%가 아직 기초적인 시행준비조차 못한 상태라는 의미다.

부산의 경우 행자부의 설명대로 16개 구·군 가운데 기장군을 제외한 15개 기초단체가 도로명을 부여하고 표지판 설치를 완료했으나 관할지역의 옛 주소와 새 주소, 건물번호를 대조하는 전수조사를 마친 곳은 부산진구 뿐이다.

부산진구도 조사만 끝냈을 뿐 새 주소를 확정, 고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새 주소를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미흡한 준비상황은 도농 복합지역이나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의 경우 8개 자치구 가운데 7개 구는 준비작업을 마쳤으나 도농 복합지역인 달성군은 올 연말께나 시행준비가 끝날 전망이다.

제주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동(洞) 지역의 경우 2001년에 새 주소 체계구축이 끝나 이미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지만 읍.면 지역은 아직 준비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에도 수원과 성남, 안양, 부천 등 17개 대도시는 새 주소 체계전환을 완료했으나 남양주와 양주, 포천, 파주 등 4개 도농복합시는 2008년 말까지, 가평과 연천 등 군지역은 2009년까지 각각 준비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경남과 전북은 각각 20개와 14개 시.군 가운데 불과 1곳씩만 새 주소 체계를 구축했고, 전남도 순천시만 준비작업을 완료하는 등 22개 시.군의 평균 준비율은 4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관련 법안이 지난 해 10월에 통과돼 방대한 작업에 비해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시행준비를 위한 예산을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초단체에 상당부분 부담시킨 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행자부 설명대로 전국 232개 자치구가 2009년까지 모두 새 주소 체계전환을 마친다고 하더라도 2011년까지 주민등록 등 주소가 표기되는 900여종에 이르는 공문서에 대한 수정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기초단체별로 담당 공무원은 1명에 불과해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다수 기초단체 관계자들은 "새 주소 체계구축이 언제 끝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4년 내에 관련 공문서까지 수정작업을 마치라고 하는데 담당 직원이 '슈퍼맨'이냐"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2012년 새 주소 전면사용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기초단체 관계자들은 또 "주민들이 대부분 새 주소 체계전환을 '길 이름을 예쁘게 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새 주소 체계를 시행하면 우편물 배달지연 등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