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왕따’ 자초하는 일본 외교의 메시지

  • 입력 2007년 3월 9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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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군위안부 강제 동원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자민당의 재조사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그제 밝혔다.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 책임마저 당에 떠넘기려는 것 같아 군색하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국제적으로 거센 역풍을 초래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연일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질타하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는 1면 머리기사로 “일본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피해 여성들의 아픈 기억에 또 상처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온 위안부결의안의 미 하원 통과 가능성도 높아졌고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방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제 베트남 하노이에서 끝난 북-일 국교정상화회담 1차 실무회의에서도 일본은 곤경에 처했다. 회의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로 45분 만에 결렬됐다. 뉴욕 북-미 회동이 성공리에 끝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록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지만 일본이 납치 문제에 매달려 있는 동안 더 큰 현안인 북핵 해결을 위한 논의가 급진전되는 바람에 혼자 뒤처진 결과가 된 것이다. 심지어 납치 문제에 대한 미일 공조를 기대했던 일본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실망감까지 나온다.

일본의 외교적 고립은 보수우경화(右傾化)의 흐름에 올라타 집권한 아베 총리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가 총리 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납치 문제에 대한 강경 여론을 선도해 인기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수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내정에 발목 잡힌 외교’의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것이다. 지난 4년간 한국외교가 자주(自主)와 ‘민족끼리’라는 편협한 국내 정치 논리에 빠져 대북(對北) 국제공조 대열에서 ‘왕따’ 당했던 전철을 보는 듯하다. 아베 총리의 일본 외교가 새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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