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입법’ 결국 천덕꾸러기 신세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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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사립학교법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4대 개혁입법’ 가운데 유일하게 원안 통과된 법안이다. 열린우리당이 종교계의 강력한 요구와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4대 입법은 모두 17대 국회의 ‘천덕꾸러기’로 국회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입법의 어제와 오늘=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힘입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기세등등했다.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에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했다. 당시 천정배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 첫 정기국회에서 4대 입법의 관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저지에 나서면서 여야 간에 4대 입법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고 이 와중에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국회는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이념 대결을 극대화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해 9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며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언급한 뒤 당 지도부는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당내에서조차 폐지냐 개정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국방장관 출신의 조성태 의원은 당 지도부가 폐지 당론을 정하자 의원 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 불가 당론으로 맞섰다. 다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일부 조항은 개선할 의향이 있다는 태도였다. 여야 협상에서 불고지죄 조항 삭제 등 부분 개정으로 의견이 좁혀지기도 했으나 끝내는 아무것도 손대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신문법 개정은 우여곡절 끝에 2005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즉각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개정 신문법은 17조에서 ‘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이 6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했다. 정부 여당은 언론의 다양성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보다도 더 엄격한 잣대였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는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6년 6월 29일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에 비해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신문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만 우습게 됐다.

과거사법도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공소시효 등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지금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으며, 과거사위원회의 역할 중복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사학법은 마지막 보루?=열린우리당은 2005년 말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이를 막지 못한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직을 사퇴했고, 박근혜 대표는 예산안 심의에 불참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등 정국이 급속히 냉각됐다.

한나라당은 이후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며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중재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개방형이사제 조항 수정을 위한 절충에 나서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제1당의 지위를 빼앗긴 데다 대선을 앞두고 종교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결국 이렇게 될 바에야 좀 더 일찍 협상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데 대한 탄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정세균 의장은 스스로의 업적에 침을 뱉고, 당원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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