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개헌론 신년정국 강타

  • 입력 2007년 1월 9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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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9일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주장이 신년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선의 해인 정해년 벽두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노 대통령이 전격 꺼내든 `원포인트' 개헌카드로 인해 정계개편과 당내 경선 경쟁으로 그야말로 여념이 없던 여야는 허를 찔린 듯한 당혹감 속에 복잡한 셈법에 들어간 모습이다.

당장 여와 야의 입장이 다르고, 여야에 몸담은 대선주자들의 생각이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등 개헌제안은 정가에 메가톤급 파장을 낳고 있다.

그간 계속해서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노 대통령이 단번에 정국의 키를 쥐게 되고, 노 대통령을 기세좋게 몰아붙이던 여야가 갑자기 발등에 떨어진 개헌론에 당황해 하면서 대응방안에 고심하는 형국이 됐다.

한마디로 개헌 화두로 인해 모든 게 일순간에 변한 듯한 분위기이다. 여당의 신당추진론, 한나라당의 과열된 대권레이스도 개헌론의 여파 속에 일시적이 나마 냉각기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단순한 제안이 아닌 발의까지를 염두에 둔 개헌론을 들고 나온 탓이다. 청와대가 개헌발의를 위한 수순을 밟게 된다면 공을 떠안게 될 정치권은 여지없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만큼 이에 맞춘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에 정국은 당분간 진로를 예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주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셈법이 끝난 연후에나 안개가 걷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개정국'에서 한나라당이 내릴 결정이 가장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개헌 저지선인 원내의석 3분의 2를 쥐고 있는 만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한나라당 손안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현시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을 상대로 한 `직거래' 정치를 재시도하면서 개헌문제는 정치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국론을 결정하는 국민적 화두로 확장될 공산이 크다.

민중의 힘으로 쟁취한 87년 체제의 전환도 민중의 힘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먹혀들어간다면 개헌저지선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민심이 개헌쪽으로 크게 기운다면 한나라당도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집착할 수 없는 외통수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에도 원포인트 개헌에 찬성하는 일부 의원이 존재하고 있고 당내 대선 경쟁이 조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개헌 논쟁이 주자간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대선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경우, 연임을 기대하고 개헌에 적극 동조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개헌태풍'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4 전당대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신당 논의와 일부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개헌론의 `유탄'을 맞고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헌론 자체는 여당에는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줄 것으로 보인다. 신당이냐 당사수냐를 놓고 사분오열됐던 우리당이 개헌이라는 큰 화두를 매개로 다시금 결집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헌론에 의한 한나라당 흔들기가 가능할 수만 있다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던 우리당 입장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확보해 대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년정국에 터져나온 대통령 4년 연임 개헌론은 현시점에서 싱겁게만 보이던 여야의 대선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예상보다 상당기간 늦추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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