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3人 문책…盧대통령 맘돌릴까 등돌릴까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사령탑’을 동시에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인적 쇄신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민란(民亂) 직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시장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정책 라인의 전면 교체

추 장관의 경우 지난달 23일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시기가 문제였을 뿐 교체는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당시 추 장관은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사전 협의 없이 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집값 폭등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다만 청와대는 연말 경제부처 개각에 포함시켜 정책 실패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구상이었으나 결국 조기 경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 보좌관은 관련 부처 1급 공무원들이 참석하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부동산 대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보좌관을 교체할 경우 시장에 정책 기조 변화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내부 논리 때문에 당초 경질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최근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다 부동산 민심 이반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세해 지면서 그도 추 장관과 함께 교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추 장관만 경질할 경우 “부동산 대책을 주도해 온 것은 청와대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국민과 함께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문제를 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심을 수용하는 방향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잡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에 무게?

최근 집값 폭등 및 민심 악화에 책임이 큰 이른바 ‘부동산 3인방’의 퇴진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물론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에서 아예 손을 놓지는 않겠지만 정책 결정의 무게중심은 청와대나 건설교통부보다는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재경부 간부들 쪽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참모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논리를 더 강조하는 재경부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게 됨에 따라 일단 세제(稅制) 등을 통한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10·29’, ‘8·31’, ‘3·30’ 등 현 정부에서 내놓은 주요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등은 재경부도 쉽게 손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 대통령의 ‘부동산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은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 역시 대통령이 공언한 내용이어서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론자인 권 부총리나 박병원 차관이라도 현 정부 아래서는 세제 완화를 건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보다 서울 강남 주변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이나 이를 대체할 만한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처 간 업무 조정 경험이 많은 재경부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함으로써 국방부 환경부 등과 의견 조율에 속도가 붙어 택지 공급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부동산 대책의 주도권을 재경부에 넘긴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행정부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