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대상’ 금강산-개성 거론 안돼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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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북한 제재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는 26일(현지 시간) 안보리 대북 결의(1718호)에 따른 제재 대상 품목에 잠정합의했다. 위원회가 이날 전문가 회의에서 합의한 제재 대상 품목은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체제가 규정한 품목을 사실상 대부분 그대로 원용했다.

○ 사치품 목록은 각국이 자체적으로 정한다

핵 관련 제재품목은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 관련 제재품목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정한 통제 대상 품목을 따르기로 했다. 생화학무기 부분은 다소 이견이 있었다. 생화학무기 수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G)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가 ‘AG’라는 용어 사용에 거부감을 보임에 따라 ‘A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제재 대상 품목 원용폭도 다소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핵심품목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가 이들 품목을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제재대상으로 다음 주 중 최종 확정하게 되면 수출통제 의무가 소수의 수출통제체제 가입 국가에서 192개 전 유엔 회원국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품목 중에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산업물자와 기계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유엔 결의는 통제 대상 품목을 북한에서 수입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던 미사일 수출이 사실상 봉쇄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의가 금수(禁輸)대상으로 정한 사치품은 유엔 회원국의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치품 목록을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의 자체 판단에 따라 금수대상 사치품이 정해질 전망이다. 스위스는 25일 자체적으로 사치품 금수대상을 결정해 발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자금 동결 및 여행 금지 대상 단체나 개인은 이번 회의에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원회는 제재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상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 논의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는 위원회 차원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서 나온 자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갔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안보리 차원보다는 한국 정부의 자체적인 판단 혹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교섭을 통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안보리 이사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다음 주 초 제재대상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 가장 포괄적 제재, 그러나 효과는?

한편 유엔 192개 회원국은 안보리 제재조치를 모두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실제로 지금까지 안보리 제재조치는 비교적 잘 지켜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의에 따르면 북한에 대해서는 핵이나 미사일뿐만 아니라 탱크,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 판매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러시아에서 미그기를 수입하는 길도 봉쇄된다.

또 북한에 대한 이번 제재는 지금까지 안보리 제재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안보리 제재는 주로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금수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번 대북 제재는 핵, 미사일 기술은 물론이고 사치품 제재에 이르기까지 안보리가 채택할 수 있는 제재가 망라돼 있다.

현재 안보리가 논의 중인 이란 관련 제재안도 대북 제재안을 기초로 해서 논의하고 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제재가 과연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예를 들어 핵 관련 물질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해서 이미 핵실험 성공을 공언한 북한에 큰 타격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은 중국과 한국처럼 북한과 교역량이 많은 국가가 좀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에는 소극적이다.

안보리 제재조치는 해당 국가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해제할 수도 있는데 리비아처럼 실제로 해제된 사례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해서 제재조치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결의가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가 성공 사례가 될지, 아니면 실패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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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핵공급국그룹(NSG): 원자력 전용 물질 및 산업용 장비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핵 관련 기술 수출 통제를 위해 1978년 발족한 핵 확산 통제체제. 45개국이 가입했고 천연우라늄, 플루토늄, 원자로 등 통제 리스트를 작성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로켓 및 무인비행체, 그리고 관련 장비와 기술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1987년 미국 주도로 설립된 수출통제체제.

:호주그룹(AG): 생화학 무기 관련 물질과 장비의 수출 통제를 위해 1985년 호주의 제안으로 설립된 비공식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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