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억지력 없는 단독 작전권 ‘브레이크’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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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계획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공식 확인될 경우 독자적인 핵 억지력이 없는 한국군이 수년 내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전시작전권의 핵심은 대북 전면전에 대비해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짜는 것. 하지만 현재의 한미 연합작전계획은 북한과의 재래식 전쟁 위주로 작성돼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힌 3일까지만 해도 국방부 내에선 북한 핵실험과 무관하게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간 전시작전권 환수 일정에 합의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방부 내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이날 이용대 국방부 홍보관리관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SCM의 시기와 의제가 유동적”이라며 “SCM이 개최되면 북한 핵실험과 한미 공조문제가 주 의제로 다뤄질 것이며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 여부에 대해선 현재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자 SCM의 최대 현안이었던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가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북핵 실험 발표 이후 과연 전시작전권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문가들과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권 환수 일정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북한 핵실험이라는 중대 안보변수까지 겹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계획대로 밀고나가기는 정권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제공하면 한국군은 2009년에도 전시작전권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0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군의 강력한 군사능력과 경험을 볼 때 전시작전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조만간(sooner or later)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의 ‘속도 조절’을 요구할 경우 미측도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SCM 뒤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를 통해 점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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