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 “北, NPT라는 관에 못을 박았다”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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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감행한 지하 핵실험은 전 세계에 ‘핵무기 보유국(nuclear-weapon state)’임을 확신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핵폭발 장치를 터뜨려 지진파를 일으키는 핵실험이야말로 대내외에 핵무기 보유국임을 과시하는 효과적인 수단. 이미 지난해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지만 “협상을 위한 협박용일 것”이라며 무시당해 온 북한으로선 ‘역사적 사변’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핵실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는지는 몰라도 국제적으로 이를 전혀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북한 핵실험은 결국 ‘갱 조직이 불법무기 소지를 공식 선언한 격’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출범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한 국가만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이 공인된 ‘핵클럽’이다.

이들 핵클럽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비핵국가는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없고 원자력발전 등 평화적 핵 이용만 가능하다. 따라서 NPT 가입은 곧 평화적 핵 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 공유와 지원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1998년 핵실험을 실시한 인도와 파키스탄,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보유가 확실시되는 이스라엘은 ‘핵클럽’ 멤버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미국이 인도를 핵클럽 멤버로 대우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NPT 회원국은 이들 국가를 제외한 188개국이다.

북한은 그동안 NPT 체제 내에서 가장 골치 아픈 국가였다. NPT에 아예 가입조차 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과 달리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 하지만 1993년 3월 제1차 핵 위기 당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자동 유예기간(3개월)이 끝나기 직전 이를 철회했고, 2003년 1월 제2차 핵 위기 때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NPT의 맹점은 적절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것. 유엔 안보리에 NPT 협약 위반을 보고해 제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열린 NPT 평가회의의 핵심 주제도 조약 탈퇴를 어렵게 하고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었으나 결국 논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탓에 AFP통신은 이날 “북한 핵실험은 NPT라는 관(棺)에 또 하나의 못을 박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파키스탄의 핵실험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이날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 전반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각종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무엇보다 힘을 바탕으로 한 역학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굳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제재가 아니더라도 강대국들의 영향력으로 각종 경제 금융 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재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그 대표적인 조치. PSI는 어떤 강제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아닌 국가 간 친선모임 같은 것이지만 육해공 전역에 걸쳐 핵 확산 국가를 완전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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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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