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보라”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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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과 오찬을 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 보라”며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어려움과 공직사회, 언론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과 오찬을 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 보라”며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어려움과 공직사회, 언론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참여정부는 잘못한 거 없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보라.”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등 4개 언론사 외교안보 담당 논설위원 6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어려움, 공직사회와 언론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논설위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으나 18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내용이 알려졌다. 다음은 참석한 언론사의 보도를 종합한 발언 내용.

※괄호 안 고딕 글씨는 청와대가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부인한 대목. 》

■ 꼬이는 국정운영

▽“지지율 고민한다”=남은 임기 동안 개혁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고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대국민선언 또는 편지 형태로 발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지지율 고민을 거의 안 했는데 최근에는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같은 경우도 너무 당연한 것인데 내 지지율이 낮다 보니까 훼손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노무현이가 하니까 문제인 것 아닌가.

내 임기가 거의 끝나간다.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국회가 80일 동안 안 열리고 있는데 국회를 열라고 하는 여론의 압력도 전혀 없다. 그런 것으로 봐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해봐야 잘 안 된다.

전시작전권 문제와 관련한 비판이 많아 국책연구원에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면 틀에 박힌 보고서가 올라온다. 다시 시켜도 소용없다. 공기업 기관장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 우리가 외부 감사를 임명하는 것도 그런 견제의 의미가 있다.

▽“내가 뭘 잘못했나”=내 지지도는 낮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힘이 빠질 이유는 없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식들 문제로 임기 말에 힘이 빠졌는데 나는 그럴 일이 없다. 내가 권력기관을 갖고 휘두른 것도 아니고, 나는 끝까지 국정 장악력을 갖고 간다. (요즘 내 지지도가 19%라고 하는데 전임자들보다는 낫다.)

양극화나 비정규직, 소득재분배 문제 등은 누가 해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후임자에게 물려주겠다. 대언론관계 등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물려줘야지 하는 마음도 있다.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한번 잘해봐라는 식의 꼬부라진 마음도 있고, 잘해서 물려줘야지 하는 펴진 마음도 있다. 저렇게 막 괴롭히고 그럴 때는 한번 혼나봐라는 심정으로 경험을 안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잘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 답답한 외교 논란

▽“전시작전권 이양은 헌법 위반”=전시작전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시에 급하니까 (미국에) 준 것이다. 사실상 헌법 위반 사항인데 초법적인 통치행위로서 한 것이다. (작전권을) 찾아오는 게 당연하고 안 찾아오려면 오히려 헌법을 바꿔야 한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미국과 다 이야기가 돼서 하는 건데 일부 보수 언론이 10년 전과 다른 논리를 바탕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작전권은 필요하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서라도 그렇다. 한미연합사나 작전계획 5027은 북한이 우리를 침공했을 경우 반격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부에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는 등 급변사태가 불거졌을 때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급변사태 때 우리 군이 가서 작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작전권이 필요하다.)

(북한 비상시 대비계획인 작계 5029엔) 미국이 북한에 군대를 진입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경까지 미군이 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북한 비상 상황 시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 문제를 처리할 우려도 있다. 우리로선 북한 정권이 사라지더라도 그 주민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나를 걱정해야 한다. 작전권을 가져야 작전계획도 주도적으로 고치고 북한 상황 급변 시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처리할 수 있다.

▽“북한은 고집불통”=(북핵 6자회담에 대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 북한은 고집불통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 중국은 북핵이 없는 것으로 본다. 핵무기 기술도 높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자국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 실험을 했을 뿐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나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기면(맞으면) 기고(맞고) 아니면 아니고 확실해서 좋다고 하더라. 승부사라고도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없는 위협도 만들어서 부각시킨다.

■ 비판만 하는 언론

▽“언론이 기총소사”=좌파라고 해봐야 기존의 차로에서 겨우 한두 차로 왼쪽으로 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언론은 하늘에 헬기를 띄운 것과 같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다 기총소사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서 쏘아댄다. 어떻게 당하겠느냐. 진보 쪽에서는 한미 FTA, 보수 쪽에서는 전시작전권 문제 때문에 공격한다. 좌우로 협공당하고 있다. YS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뒤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다 결국에는 언론에 당했고, DJ는 세무조사를 발표해서 당한 것이다. 해도, 안 해도 당하니까 나는 세무조사 하지 않는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과 관련해) 아리랑TV가 적자가 많다. 그것을 우리 쪽 생각은 사업이나 기능을 늘려서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자고 했는데 저쪽에서는 기구를 줄여서 부사장 자리 같은 것을 없애서 풀려고 한 게 차이였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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