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 前외교안보수석, 盧대통령 안보인식 정면 비판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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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1988∼1993) 시절 최측근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보좌했던 김종휘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0일 “‘지금 환수해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똑바로 보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나온 이상론”이라고 비판했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과 한반도 비핵화선언 협상을 주도했고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입안한 김 전 수석은 “한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이니셔티브가 중요하지만 노 대통령의 대북 인식과 한미동맹에 대한 생각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무력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지휘체계로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유지해 온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자주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근원은 노 대통령의 몰이해”=김 전 수석은 현재의 안보 불안과 한미동맹 위기의 근원은 현 정부의 한미연합방위체계에 대한 몰이해와 일방적인 대북정책과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북핵 문제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간의 상황 인식과 평가가 판이하고 전략과 전술도 다른데 어떻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위협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 감각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의 동맹정책이 외교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하듯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직업외교관들과 군 출신 참모들은 국가안보라는 중대사안을 두고 도박하려는 ‘청와대 386 참모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도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말라(Don't reward bad behavior)’는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주권이 아니라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김 전 수석은 ‘전시작전권 환수는 자주국방의 핵심이자 주권국가의 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의 논리는 한미 상호협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자주권의 회복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군사작전의 효율성과 국방비 부담이라는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며 “50년 이상을 지탱해 온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방어할 수 있는 ‘검증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수석은 또 “북한의 목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관계를 균열시켜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노 대통령의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한 일련의 발언은 북한이 대남정책에서 설정한 최고의 목표를 그대로 들어주자는 것으로까지 들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북한이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핵에 반대하는 나라와 협조를 강화해야 하지만 노 정권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수석은 이어 “노태우 정부 시절 옛 소련과 차관제공 협상을 할 때 북한에 무기 제공을 포함한 군사원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이전하지 말라는 단서를 달고 추진했다”며 “현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노태우정부 입안한 건 전시 아닌 평시작전권”

김종휘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노태우 대통령 때 입안되고 결정돼 문민정부에서 일부 이행되다가 중단된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틀린 말이다. 노 대통령이 정확하지 못한 보고를 받은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평시작전권 환수는 1992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합의한 것이고, 실제 환수는 1994년 12월이었다”며 “노태우 정부 때는 전시작전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민순 대통령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각각 1990년과 1991년에 내부적으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평시작전권은 1993년에, 전시작전권은 1995년에 환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송 실장의 주장에 대해 “전시작전권 환수는 6공 때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김 종 휘

△미국 베이츠대 정치학과(1958) △미 컬럼비아대 국제문제대학원 석사(1960) △주유엔대표부 근무(1961∼1964) △국방대학원 교수(1965∼1988)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1984∼1985)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한국위원회 회장(1987∼1993)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1988∼1993) △남북고위급회담 차석대표(1990∼1992) △미 헤리티지재단 초빙석좌연구원(1993∼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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