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 사업자 바꿔 대가 더 챙기려 ‘몽니’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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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측 인사들의 개성 시내 출입을 1일부터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개성관광이 추진되지 않는 조건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남측 인원의 개성시내 출입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을 통일부 기자단에 설명하면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부산에서 11∼13일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협의하겠다며 보도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몽니의 이유=현대아산과 북측은 개성시내 관광과 관련해 2003년 1월 정식계약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개성시내 시범관광에 합의했고, 8, 9월에는 3차례 시범관광도 했다. 개성관광을 위한 도로 및 시설보수 비용 등으로 44만5000달러도 냈다.

하지만 북측은 지난해 9월 돌연 롯데관광 측에 개성관광사업 참여를 제의했다. 정주영, 정몽헌 두 회장의 ‘가신(家臣)’으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지휘하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대북경협 관련 비리 연루 의혹으로 낙마한 직후였다.

북측은 당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사람의 목을 벤 배은망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전근대적인 논리를 들이대며 현대를 비난했다.

이후 북측은 우리 정부에 현대아산과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개성관광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변경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

이번 출입제한 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현대를 배제하고 롯데관광을 참여시키기 위한 압력인 셈.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얘기이지만 사업자가 자율적 판단으로 계약 변경을 하지 않는 한 현대아산의 사업자 지위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결론은 돈?=북측의 이런 억지주장에는 돈 문제가 깔려 있다.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북측과 현대아산 간에 관광 대가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현저한 이견을 보였다.

북측은 관광 대가로 1000만 달러와 관광객 1인당 150∼200달러를 요구했지만 현대아산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북측은 장소만 제공하던 금강산과 달리 “남측은 사람만 모집해라. 관광사업은 우리가 주도하겠다”며 ‘돈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 측은 현대아산과 북측의 계약 관계가 정리되기 전에는 개성관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만났고 5일에는 방북신청을 했었다.

미사일 위기로 10일 방북을 보류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북측과 협의를 시작할 가능성은 남겨 둔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아산과 롯데관광이 개성관광 사업에 대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일방적 계약 파기가 국제적인 경제 분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위 간 합의서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 쌍방합의로 푸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패할 경우 남북 각각 3명이 참가하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토록 했다. 이것도 안 되면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해야 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北 작년 받은 식량원조 세계 2번째로 많아

북한이 지난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식량을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신 ‘수확 전망과 식량 사정’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한 식량은 108만 t으로 전해에 비해 2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식량 110만 t을 지원받은 에티오피아에 이어 두 번째.

지난해 중국은 대외 식량 원조의 92%인 53만1000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다. 한국은 39만4000t의 식량을 북한에 보냈다. 일본은 4만8000t, 미국은 2만8000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다. FAO는 지난해 북한의 수확량이 늘기는 했으나 아직 식량난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면서 올해도 80만 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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