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DJ방북 부담?…“김정일 처음부터 탐탁지 않은 반응”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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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예정된 김대중(사진) 전 대통령의 방북이 ‘빈 수레’가 될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온다.

북에 줄 것도, 받아올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초청자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의 방북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가져다 줄 ‘정부 차원의’ 선물은 없다”고 단언했다. DJ가 김 위원장을 만나 통일 방안 등 여러 가지를 얘기하더라도 그것은 ‘개인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설사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어떤 합의를 하고 돌아오더라도 그것은 정부와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DJ 스스로도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방북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협상’이 아니라 ‘대화’를 하러 간다는 점도 강조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DJ의 방북을 통일부 차원에서 지원하고는 있지만 통치권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DJ가 북한에 들고 갈 선물이 없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애매한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직접 챙기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도 괜히 기대 수준을 높였다가 영양가가 없으면 곤란해질 것 같으니까 ‘개인 자격’ 방문이라고 강조하는 것 아니겠느냐. 북한도 연로한 분을 초청했으나 뭔가 예우를 해야 하는데 받을 게 없으니 선물을 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막상 DJ를 초청하긴 했으나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한 북한 소식통은 “처음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김 위원장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J가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라고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김 위원장으로서는 확답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자신의 주도 아래 적절한 카드로 활용하려 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여전히 DJ 방북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여옥 의원은 “노 대통령도 처음에는 DJ의 방북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근 90명 안팎의 지원단을 붙여 주는 등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뭔가 노 대통령과 DJ 간에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절차적 측면에서도 열차 이용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DJ의 방북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북한 소식통은 북측이 열차를 이용한 DJ의 방북을 ‘군부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했지만 사실은 남북을 잇는 선로에서 시험운행을 하던 중 열차가 전복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철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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