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家 진료 北병원장 망명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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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사 자격증 북한 보건부가 한영임 씨에게 발급한 의사자격증. 한 씨의 출생지가 중국 지린 성이라는 것이 자격증에 나와 있다. 사진 제공 피랍탈북인권연대
북한 의사 자격증 북한 보건부가 한영임 씨에게 발급한 의사자격증. 한 씨의 출생지가 중국 지린 성이라는 것이 자격증에 나와 있다. 사진 제공 피랍탈북인권연대
북한 과학기술분야 고위급 간부가 한국에 망명을 신청한 데 이어 북한 인민군 병원장도 곧 한국으로 망명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19일자 A2면 참조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都希侖) 대표는 19일 “북한 인민무력부 소속 병원장을 지낸 한영임(가명·65·여) 씨가 1월 탈북해 현재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 머물고 있으며 곧 한국으로 망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 대표는 “북한에서 병원장을 지낸 인물이 한국에 망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 씨는 탈북자 정착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미국보다 한국으로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입북에서 탈북으로=한 씨는 중국 지린(吉林) 성 출신 조선족으로 1960년대 중반 난징(南京)에서 의대를 졸업했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지식인에 대한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불안정한 중국의 상황에 위협을 느낀 한 씨는 의사나 과학자, 기술자 등 전문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편 북한으로 이주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한 한 씨는 외과 전문의로 명성을 얻으며 북한의 일반 주민들을 치료하는 진료소와 시군급 인민병원을 거쳐 인민무력부 소속 병원에 입성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노동당에 가입하면서 최근 퇴직하기 전까지 인민무력부 소속 한 병원의 원장을 맡아 당 고위 간부들은 물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지를 진료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된 의료체계에 실망”=한 씨의 탈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 씨는 중국 친지들의 도움으로 가족 몰래 집을 나서 인민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밤새 산길을 걷기 일쑤였다. 여러 차례 체포 위기를 헤치며 국경을 넘었지만 중국에서 탈북자 신분으로 머물기는 위험했다.

한 씨는 중국의 여러 곳을 전전하다 수소문 끝에 피랍탈북인권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단체는 그를 보호하며 5월 중순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로 옮길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한 씨는 동남아시아 국경에서 불심 검문에 걸려 북송될 위기에 놓였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의사들도 배가 고프니까 약품을 내다 팔기 시작해 마취약이 없어 맨살을 꿰매는 일이 다반사”라며 “길거리에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널려 있고 약이 없어 환자가 죽는 것을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주변에 밝혔다.

한 씨는 북한은 1980년대까지 주민에 대한 무료 치료와 교육을 시행했으며 인민군도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갖췄으나 1990년대 이후 의료체계가 붕괴됐다고 전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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