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盧대통령, 중재위 제소 16건으로 공무원 중 최고

  • 입력 2006년 4월 25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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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전국 공무원 중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또는 반론 보도 청구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동아’ 5월호가 보도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정부예산으로 변호사 비용을 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신동아’가 공개한 언론중재위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인 2003년 1월부터 2006년 4월 현재까지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당선자’ 명의로 16건의 정정(9건) 또는 반론(7건) 보도 청구를 해 공무원 중 청구건수 1위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이 모 과장이 11건으로 2위였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6건),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4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3건)의 순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대다수 공무원은 모두 1건이었다.

대통령 본인과는 별도로 대통령 비서실은 같은 기간 언론중재위에 18건의 정정 또는 반론 보도를 청구했다. 대통령 본인의 제소 현황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의 제소 대상은 신문 15건, 방송 1건으로 신문에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언론중재위 제소와는 별도로 4개 신문사를 상대로 5건의 민사소송(손해배상 청구 2건 ․ 정정보도 청구 3건)을 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청와대 보고서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31일 조선일보의 만평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청와대 예산 110만원을 변호사 비용(언론중재위 조정 대리 비용)에 사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개인의 제소지만 직무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청와대 예산이 지원됐다.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 지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만평에 대해 노 대통령은 중재위 제소와는 별도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 민사소송에도 청와대 예산이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언론학)는 “대통령이 재임 중 언론보도에 대해 중재위 제소나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검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고가 ‘대한민국’인 경우 국가예산으로 소송비용이 지원된다. 원고가 공무원 개인 명의인 경우 정부가 소송 비용을 대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와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도 “공무원의 민사소송에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생각을 안해봤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법학부 박선영 교수는 청와대 예산이 지원된 노 대통령 명의의 정정보도청구서를 검토한 뒤 “정정보도 청구자의 명의가 개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고 이어진 민사소송의 원고 명의도 ‘노무현’으로 개인 자격이다. 만평 보도로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권리구제 수단으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이처럼 정정보도청구의 ‘주체’와 ‘목적’에서 통상적 민사 사건과 다를 바 없다. 변호사 비용은 국가 예산이 아닌 대통령 본인이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직무와 관련된 보도에 대한 대응이므로 예산이 지원됐다”는 청와대 측 설명에 대해 박 교수는 “그 논리가 성립되려면 만평 내용이 완전히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고, 만평은 그 말을 부정적으로 비꼰 일종의 의견표명 정도로 보인다. 대통령은 최상위 공인이므로 비판 수임 의무가 다른 자연인에 비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유재천 교수는 “대통령이 제소를 많이 한다고 해서 대통령 책임은 아니다.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소송을 낸 것이라면 청와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25일 ‘신동아’ 보도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이 언론보도에 사사건건 제소하거나 고소하는 것은 언론사의 권력감시 기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개인송사에 정부예산이 사용되는 것은 부당하다. 공무원이 제기하는 소송에 국가예산이 지원된 전례가 없으므로 대통령 사비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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