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목회까지 만든 정권의 낙하산들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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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들어 공기업과 정부 산하 단체장 자리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심해졌음은 대체로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보직까지 저인망(底引網)으로 훑듯이 차지해 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정권 주변에 있다가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진입한 인사들이 만든 친목모임 ‘청맥회’가 그 실상의 일면을 보여 준다.

이 단체의 회원 자격자는 2004년 60명, 지난해 91명에서 올 1월엔 134명으로 해마다 50%씩 늘었다. 정권 주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감투를 차지했다는 ‘우박 인사’의 결과다. 이마저도 일부일 뿐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믿은 국민이 순진할 따름이다.

청맥회 회원 자격자 중 절반이 넘는 69명은 공기업 감사(監事)다. 그중 정부투자기관 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며 3년 임기의 부사장급 대우에 책임은 적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고교 동문, 대선 후보 및 당선자 시절의 측근, 시민단체나 대통령비서관 출신, 총선 낙선자 등이 감사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 아직도 줄 서서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다고 한다.

‘낙하산 기관장’은 자신이 낙하산이라는 약점에다 낮은 전문성 때문에 노조 및 기존 간부조직과 야합하면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감독관청은 그 기관장의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낙하산’ 한둘이 공기업의 방만성과 부실을 키우고, 그 부담은 다수 국민에 넘겨지는 것이다. 우리가 반(反)국민적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근본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

그런데도 정권 측은 ‘낙하산에 문제없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가는데 왜 비난하느냐”고 했다. 6개월 전 국정감사 때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현 보건복지부 장관)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산하)기관일수록 기관의 활동을 뒷받침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낙하산 예찬론까지 폈다. 이런 식이니 공기업 개혁을 기대하는 국민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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