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지방선거 앞두고 인재영입 고민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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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인재 영입 담당자들은 모두 “괴롭고 피곤하다”며 한숨이다. 마음속에 점찍은 인물들은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고, 당 안에서는 새로운 경쟁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그들의 활동을 흘겨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겠습니다”=열린우리당 인재발굴기획단장을 최근 사퇴한 김혁규(金爀珪) 의원은 그동안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로 최고경영자(CEO) 출신 인물에 눈독을 들이고 영입 노력을 계속했지만 눈총만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 등 만나 본 사람마다 한결같이 “어떤 요구도 다 들어 주겠지만 출마하라는 얘기는 하지도 말라”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접촉했던 다른 영입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설득해 “생각해 보겠습니다”는 대답을 얻어도 그 다음 행동은 없다는 것.

인재 영입에 관여했던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당에 들어오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는 여론조사의 당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하고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열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과거처럼 낙선할 경우 정부나 산하기관의 자리를 보장해 주면서 영입하는 방식이 쉽지 않게 된 것도 인재 영입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요소라고 한다.

▽“야당은 더하다”=19일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후보 중 한 명의 외부 영입 추진을 밝혀 당내 후보들의 반발을 샀던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인재영입위원장도 영입작업의 애로를 호소하기는 야당과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의 취약지역인 호남에 잠행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열심히 만나고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영입 대상을 만나면 좋은 데서 식사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당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강력한 ‘보스’가 은밀히 후보들을 낙점하던 과거 방식과는 달리 공식 기구를 통해 투명하게 영입한다는 ‘개혁적 방침’ 자체가 영입에 최대 장애라는 설명이다.

많은 경우 영입인사라도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에 탈락했을 때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재영입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입 책임자가 총재의 전권을 위임받아 공천 보장까지 약속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약속할 처지가 못 되니, 누구를 영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17대 총선 때 당의 인재 영입을 맡았던 한 의원은 “고위 관직, 기업 CEO 등 현직에 있는 인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공천이 안 돼도 생업에 지장이 없는) 변호사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만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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