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년인사회서 ‘사자성어 재해석’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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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3일 조선 세종 시절 연분9등법, 전분6등법 등 공법(貢法) 조세개혁이 시행되기까지 20년 정도 걸렸다는 사례를 들며 “전제군주 시대에도 제도 하나가 (시행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며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국가기관 및 정당 주요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연 자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조선시대 다양한 공물을 쌀로 통일시킨 대동법에 대해 “선조 때 시작된 대동법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는 데 100년 정도 걸렸다”며 “개혁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학교수들이 올해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꼽은 ‘약팽소선’(若烹小鮮·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차분히 지켜보며 개선하자’는 뜻)도 화제에 올랐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개혁이네, 무엇이네’라고 들쑤셔서 흔들지 말고 좀 가만 놔두라는 취지인데 참 걱정이다”며 “가만 놔두라는 얘기는 대단히 보수적인 구호 아니냐. 이대로 가도 될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약팽소선’에 다른 뜻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노 대통령은 “신문 칼럼을 보니까 경제성장을 잘하고 있는데 자꾸 성장, 성장 하면서 들쑤시지 말고 좀 안 바쁜 것처럼 보이는 중요한 일들을 챙기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성장과 분배 문제를 거론하며 “성장은 향후 10년이 중요하다. 10년 내 빨리 성장해 3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며 “정부로서는 장기적으로 교육과 노사관계 등 몇 가지를 안정시키는 일 외에 성장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양극화가 10년 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했을 때 지금 제도로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은 이어 새해 바람으로 “(올해) 출발이 괜찮은 것 같은데 출발보다 연말이 더 좋아서 ‘선흉후길(先凶後吉)’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과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 국가기관 및 정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임시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민들이 지금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발 벗고 나서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초청받았으나 불참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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