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 사표]與일각 “이참에 경찰 고삐 조여야”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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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와 별개로 폐쇄적인 경찰청장 임명 제도를 개선하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힘은 세지고 있으나 경찰청장이 임기제인 데다 외부 인사 기용이 금지돼 있는 등 폐쇄적인 조직 구조여서 외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경찰의 문민통제 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기자회견에서 ‘임기제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인사의 법적 권한이 없다’며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것도 경찰 수뇌부 인사의 폐쇄성 등에 관해 정치권 등의 공론화를 촉구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경찰의 ‘폐쇄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비간부 경찰도 일정 근속 기간만 채우면 간부인 경위로 승진토록 한 경찰공무원법이 국회에서 처리된 ‘사건’이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경찰공무원법 파문은 경찰이 조직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정치권에도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찰이 명실상부한 권력기관으로 위상이 ‘격상’될 상황이다. 1000여 명에 불과한 검찰과 달리 경찰은 조직원이 15만 명에 이르는 거대조직이기도 하다.

경찰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지만 견제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게 여권의 인식이다. 현행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임하도록 돼 있다. 경찰인사는 바로 아래 계급을 승진시키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은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중에서만 임명할 수 있다. 현재 경찰 내 치안정감은 서울 및 경기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 등 4명에 불과하다.

이로 이해 외부 인사의 수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대통령의 인사권도 사실상 제한돼 있다는 것. 경찰과 비슷한 직렬인 소방직 공무원이나 검찰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경찰과 비슷한 직종인 소방직의 경우 소방방재청장은 소방직 외에 정무직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봐도 경찰 인사의 폐쇄성은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도 외부 인사를 총수로 임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여권은 청와대 등 정부 핵심부에서 앞장서서 경찰조직의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공론화 절차를 먼저 밟아 주길 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임기제 경찰청장의 틀까지 흔들려는 의지로 비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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