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핵자금 차단작전 나섰나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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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으로 보이는 ‘슈퍼노트(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유통시킨 혐의로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가 7일 체포되면서 북한의 ‘달러 위조’ 행각이 다시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북아일랜드의 숀 갈랜드(71) 노동당 당수 체포를 계기로 미 행정부가 2002년부터 극비리에 추진해 온 북한산 슈퍼노트 수사 과정을 추적,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자료는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대배심의 공소장. 대배심은 5월 갈랜드 당수를 포함한 7명을 기소하면서 “100달러짜리 정교한 위조지폐가 정부의 지시에 따라 북한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운반됐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슈퍼노트의 제작 유통=갈랜드 당수의 혐의는 6명의 공범과 함께 1997∼2000년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위조지폐 수백만 달러를 폴란드 바르샤바 등지에서 구입해 재판매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은 “이들 7명은 북한산임을 감추기 위해 다른 가담자들에게조차 위폐가 러시아에서 제작됐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적고 있다.

갈랜드 당수는 이 과정에서 모스크바 민스크 벨로루시 바르샤바 등 동유럽에서 북한 외교관 및 정보기관원을 수차례 만났다. 특히 1997년 10월에는 바르샤바에서 북한 요원들로부터 다량의 슈퍼노트를 사들였다고 공소장은 기록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보석으로 풀려나 있는 갈랜드 당수 등 7명을 65일 이내에 미국으로 인도해 미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북한에 대한 우회 압박?=정부 차원에서 달러 위조를 기도했다는 혐의만으로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은 13일 현재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도 일단 즉각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북한의 (마약 위조지폐 등) 불법행위, 인권 관행, 무기 프로그램 등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 진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런 문제는 6자회담의 논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12일자에 익명으로 등장하는 행정부 일부 당국자의 발언은 이와 사뭇 다르다. 한 수사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북한의 핵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미 행정부 극비작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또 “미국 돈을 가짜로 만들어 유통시키면서 어떻게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6자회담이 재개된 8월 초 이후 북한산 위조지폐 사건은 모두 4차례나 공개됐다. 8월 초에는 북한산 위조지폐와 가짜 약품을 유통시킨 아시아 갱단 100명이 체포됐고 8월 23일 대만으로 향하던 선박에서 북한산으로 보이는 위조지폐 200만 달러가 적발됐다. 또 9월 15일 미 재무부는 마카오 소재 델타 아시아은행이 북한산 밀수상품 돈세탁에 동원됐다고 발표했다.

100달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9년. 미 당국은 2002년 이후 이를 적발하기 위해 ‘불법행동 이니셔티브’라는 극비작전을 벌여 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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